저는 현재 태국 치앙마이에 위치한 국제 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부모님과 14년을 함께 선교지에 있었던 저에게 치앙마이는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는 곳이었습니다. 7학년까지 부모님과 홈스쿨링을 했던 제게 학교는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만큼 크고, 분주하고, 소란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처음 그 문턱을 넘으며 이 새로운 공간에 완벽히 적응하고 멋지게 살리라고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시간은 순조롭지 못했고, 첫해부터 마음에 깊은 상처가 생겼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이 상처는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워 저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상처를 회피하려 했지만 결국 겉으로만 웃고, 속으로는 아무에게도 진심을 줄 수 없는 사람이 된 저를 발견했습니다. 저 혼자만이 제 자신을 챙겨주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때에 좋은 일을 베푸시는 하나님께서 저에게 회복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저는 작년 4월쯤 저희 학교 축구부에서 훈련을 받다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고 반월상 연골판이 파열되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곧 방학이기에 부모님과 함께 있으며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어 몇 달을 기다려 7월 초에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이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경험에도 저에게는 오직 감사함만이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수술실에서 마취로 잠드는 그 순간까지 두렵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음에 감사했고, 또 수술이 잘 끝나 회복 또한 순조롭게 되고 있어 감사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이 기회를 통해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고 감사하는 법을 다시 배운 것입니다.
저의 부상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던 기숙사 가족들부터 소식을 듣고 멀리서도 걱정하고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과 당연하지만 저의 부모님까지, 저의 주변엔 제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받은 상처로 인해 저를 위해주는 사람들조차 피하던 겁쟁이인 저를 하나님께서 다시금 햇빛 아래로 이끌어 주셨고, 저의 부주의로 발생한 그 상황이 비록 많은 심적, 육체적 피해를 불러왔지만 돌아보는 지금,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하셨기에 오직 감사함만이 남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에 계획이 있으시고 최악을 최고로 만드시는 하나님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글 요단 (광야, 소리 선교사의 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