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어느 날 저녁, 군 복무 중인 한 MK(Missionary Kid; 선교사 자녀)로부터 한국본부로 만나러 오겠다는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필드에서의 오랜 사역을 마무리하고 지난해부터 한국본부에서 MK 사역을 하게 된 나는 아직도 열방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의 이름과 상황을 숙지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고,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며 이제서야 겨우 알아가고 있는 단계이기에 이렇듯 MK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을 때면 가슴 한가득 행복과 기쁨이 밀려오곤 한다. MK들을 만날 때마다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은 나를 미소 짓게 하고 가슴 따뜻하게 만든다. 이 특별한 아이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나는 캘린더에 빨갛게 색칠을 해 두고 약속된 시간을 기대함과 설렘으로 기다리곤 한다. 비록 나보다 한참 어린아이들이지만 함께 먹고 한동안 수다를 떨다보면, 이들에게서 인생의 많은 부분들을 배우기도 한다.
MK들은 나이와 자신들의 결정에 상관없이 낯선 환경, 낯선 문화, 낯선 언어, 그리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다. 듣는 누구라도 그것이 얼마나 버겁고 힘겨웠을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고, 안쓰러운 마음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인생 안에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 삶이 담겨 있는지, 또한 그 치열한 세계를 그들이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통과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들로서는 감히 “이해한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THE 디딤돌’은 MK들이 더 이해받고 공감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시작된 MK 네트워크 사역이다. TCK(Third Culture Kids, 제3문화 아이들)¹인 MK들은 비록 다른 지역에서 왔다 하더라도 동질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빠르게 서로 친밀감을 형성한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언가로 기회만 주어지면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곤 한다. 2019년 우리는 몇 차례의 MK 캠프와 프로그램을통해서 MK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THE 디딤돌’ 사역이 얼마나 중요하고 효과적인지도 더욱 깨닫게 되었다. 바라기는 2020년에도 함께 울고 웃는 인생의 친구이자 멘토로서 MK들에게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어주고자 한다. 더 많은 기도의 후원자들과 동역자들이 “함께”이 길을 가기를 기대한다.
글 베르멧
¹ TCK(Third Culture Kids, 제3문화 아이들)는 성장기(1~18세) 동안 2개 이상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을 말하며, 부모의 나라 문화(제1문화)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못하고, 성장기 시절 체류한 해외의 문화(제2문화)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못하지만, 양쪽 모두를 수용하며 받아들이는 제3의 문화 속에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출처 https://namu.wiki/w/T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