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부모는 그들의 소명을 따라 선교사가 되기로 자원한다. 그리고 선교사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과 훈련을 통해 준비한 다음 선교지로 나가게 된다. 그런데 부모의 이런 결단으로 그들의 자녀들도 아주 자연스럽게 선교지에 들어가게 된다.
부모들은 선교사가 되기 위해 나름의 준비를 하고 선교지에 들어가지만, 자녀들은 작은 선교사로 불리면서도 스스로 자원한 적도, 훈련을 받은 적도 없다. 그저 어느 날 익숙한 교회와 학교, 친척, 정든 친구들과 어색한 헤어짐의 인사를 하고 비행기를 타고 내렸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그곳에서 MK(Missionary Kid)라 불리면서, 너무도 낯선 환경 속에 갑자기 떨어진 채 자신들이 겪는 느낌을 어떻게 이야기할 틈도 없이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시각으로 MK를 바라본다면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부모 따라가 생고생한다고 안타까워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MK들이 선교지에서 지내는 시간이 쉽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MK들을 향한 주님의 특별한 계획이 있음을 확신한다.
우리 가정이 선교 훈련을 떠날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3살 된 딸아이가 심한 독감에 걸렸다. 고열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니며 나도 모르게 ‘선교지에서 이렇게 아프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님 이렇게 약한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이게 정말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 원하시는 길이 맞나요?’하고 묻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시간을 통해 주님이 분명하게 알려주신 것이 있다. 아픈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병원에 데려가고, 잘 먹지도 못하는 죽을 만들어 먹이며 정성으로 돌보는 것밖에 없고 그 아이의 아픔이나 병을 내가 대신 할 수 없으며 고쳐줄 수도 없다는 사실과, 그 아픔은 그 아이의 몫이고 이런 일들이 하나님의 절대 주권 아래 있다는 것이다.
MK들이 감당해야 하는,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그들만의 몫이 있다. 그것이 MK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아픔이더라도 주님이 모든 것을 준비하셨다는 믿음으로, 안타까운 시선 대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격려로 함께하길 소망한다. 하나님 안에서 MK들이 그 몫을 잘 감당하고 이길 힘을 얻어 성장한다면 다음 세대의 귀한 믿음의 일꾼으로, 또 선교사로 자라난 아이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기대하며 기쁨으로 모든 MK들을 축복한다.
글 김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