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있습니까?

by wecrun

MK 사역을 하면서 잠시 머물 곳을 찾는 MK들의 연락을 자주 받는다. 군 휴가를 받았는데 머물 곳이 없는 MK,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한국에 잠시 머물 예정인데 갈 곳 없는 MK 등등 다양한 이유로 이들은 머물 곳을 찾는다. 자기 나라인 한국에 왔지만, 마음 편히 누울 곳이 없어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MK들을 위한 ‘MK호스텔’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럴 때면 아이들과 함께 농담처럼 “우리들만의 MK호스텔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빈방 있습니까?”라는 성탄절 뮤지컬과 같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또 다른 버전의 뮤지컬을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몇 번 만나보지도 못한 어색한 친척 집이나 할머니 댁에 머물거나, 많은 관심을 받는 파송교회의 선교관에 머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고 또 일정치 않다. MK호스텔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이런 곳들은 1년 이상 한국에 머물고, 한국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이어야 한다는 지원 조건이 있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 MK 친구 집에 잠시 얹혀 살기도 하지만,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망설이는 아이들도 종종 본다.

현재 한국 WEC의 청년 MK(19세~25세)는 100명이 넘고, 학업이나 군 입대 등의 여러 이유로 이들이 점차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MK들이 머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MK기숙사, 호스텔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MK들은 잦은 이동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한국에 오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지 않고, 어딘가 ‘내가 머물 곳이 있다’는 안정감은 아이들의 삶에 커다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비록 지금은 여력이 없더라도 장기적인 면에서 MK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둥지가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곳은 MK들에게 숙식을 위한 장소만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돌봄과 정체성을 일깨워 주는 만남이 있는 하나의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앞으로 MK들이 “빈방 있어요?”라고 물으면, “응! 있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해 줄 때가 속히 오기를 소망한다.

글 윤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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