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가정

by wecrun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모든 계획들이 취소되거나 변경될 수밖에 없는 날들이 계속 되고 있다. 이곳도 별반 다르지 않다. 3차 웨이브는 진작에 시작됐고 한인 사역자들 중에도 감염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다수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는다. 아무리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라도 가난한 땅의 사람들의 먹고살고자 하는 기본 욕구를 흔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마스크를 항상 쓰고 다니지만) 매주 교회에서 현지인과 같이 예배드리고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교회에서 하는 캠프에도 아이들을 등록해 놨다. 지난 1년 반 동안의 일상을 돌아보면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가족 모두 두 번의 유사 증상을 경험했지만,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던 것은 주님의 보호하심이다.

지난해에 이어 나는 한국어 학원에서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온라인 수업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무사히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종강 후 학생들을 집에 초대하여 김밥도 만들고 윷놀이도 하면서 종강 파티를 하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생 모두가 오지는 못했지만 함께한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두 아들도 한국말을 조금씩이나마 할 수 있는 학생들의 방문에 너무 좋아했다.

온라인으로 학년을 끝내고 새 학년을 시작한 두 아들은 이번 학기가 오전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어 행복하게 학교를 다녔다. 아이들의 MK 학교는 일찍 학기를 마무리하여 3개월간의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전에는 아이들이 방과 후 학교 마당에서 한 시간씩 뛰어놀곤 했었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바로 귀가를 해야 했다. 좁은 아파트에 사는 우리는 두 아들을 데리고 가까운 광장이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곤 했었다. 아이들의 긴긴 방학 동안 더 자주 다녀야 할 것 같다. 사역 팀의 총회가 올해에도 취소되었다. 그나마 그 시간 동안 가족들이 집을 벗어나 유일하게 휴가를 보냈었는데 아쉽다. 

비자 플랫폼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교수 사역을 열어주시기를 계속 기도했었는데, 지난해 좋은 대학과 연결되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로 인해 비자를 바꿀 수 없었다. 그런데, 이곳의 명문대 중에 하나인 다른 대학의 IT 학과에서 가르칠 기회가 갑자기 열렸다. 그 학교의 졸업생들의 졸업 논문 심사위원으로 초청되어 졸업 논문 심사를 하게 되었고, 현재 그곳을 통해서 노동비자를 받으려고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했던 사역들은 다른 사역자들로부터 이어받거나 함께 했었다. 하지만 이번 교수 사역을 시작하는 곳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일반 대학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얼마 전 사고가 있기 전까지.

그 대학의 졸업 논문 심사를 바로 이틀 앞두고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에 도로 공사 중이던 학교 앞에서 넘어져 오른팔이 바깥쪽으로 90도 꺾여서 아래팔이 위팔에서 탈골되고 그로 인해 근육과 인대의 큰 파열이 있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나는 탈골되어 덜렁대는 아래팔을 안쪽으로 당겨서 뼈를 혼자 다시 끼워 맞췄다. 성령님의 강한 도우심인 것 같다. 의료를 전혀 모르는 내가 뼈를 맞추다니…… 극심한 통증 속에서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놓고 아내 소망과 함께 근처 병원으로 갔다. 엑스레이를 찍고, 현지 의사를 만나고, 약을 먹고, 다시 다른 의사를 만나고, MRI를 찍고 등등 정신없이 며칠을 보냈다. 결론적으로 현재 나는 근육과 인대 회복을 위해 최소 한 달 동안 다친 팔을 안쪽으로 90도 직각으로 보호대로 유지한 채 살아야 한다. 잘 때도 그렇게 자고, 옷을 입고 벗는 것도 샤워를 하는 것도 전부 아내 소망과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사고 며칠 후 소망에게 “이상해 내 팔꿈치가 도로 빠지는 것 같아”라고 얘기하는데 정말 반쯤 빠져 놀람과 두려움으로 다시 병원으로 갔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안 오는 의사를 한 시간 이상 왼손으로 팔꿈치를 잡고 기다리는데, 앉은 자세가 불편해서 고쳐 앉는데 갑자기 통증이 오더니 뼈가 도로 제자리로 맞추어져 돌아가서 그냥 집으로 왔다. 나 혼자 경험하고 남들에게 얘기했다면 믿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옆에 있던 소망이 말했다. “여보 다친 건 다친 거지만, 아무래도 영적 전쟁 같아. 새로운 사역을 앞두고 무방비 상태인 우리에게 훅 들어오는 사단의 공격 말이에요.” 아이들은 방학을 시작해 집에 있고, 나는 다쳐서 도움이 필요하고, 다음 사역을 위해 대학원 공부 중인 소망은 기말고사와 프로젝트로 정신이 없다. 낙심하고 원망할 일들을 일으키는 사단의 공격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영적 전신 갑주를 날마다 입으며 우리와 동행하시는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다시 나아가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기 위해 이 땅에서 수고하는 우리의 모든 것들은 우리의 힘으로 되지 아니하며 능력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영으로 되는 것임을 고백한다. wec

글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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