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매

by wecrun

이곳의 거친 땅을 운전하면서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하는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액셀을 밟았다. 기다리고 있던 A자매가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날은 A의 생일이었다. 축하하러 오는 우리를 위해 A는 식사도 친히 준비했다. 흘러가는 대화는 유쾌했지만 강인한 이슬람의 정신을 품은 A와의 대화는 늘 그렇듯이 쉽지 않았다. 식사 중에 A가 한 이야기를 꺼냈다. 작년 프랑스에서 교사를 참수한 뒤 사살된 무슬림 청년이 이 동네 출신이라고 했다. 얼마 전 장례식이 있었다며, 그의 행동은 잘못됐지만 타협 없는 무슬림 정신으로 인해 이들의 집안에서는 이 일을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A는 이 일이 자신들에게는 범죄나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주 후에 A의 친척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A와 그의 언니가 경찰에 잡혀갔다고 했다. 경찰은 A의 집을 수색하고 기독교관련 문서들을 압수해 갔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고 우리들도 급히 집에 있는 컴퓨터와 휴대폰에 파일들을 보안 처리하고, 지우고, 잠그고, 기독교 관련 문서들을 옮기고 숨겼다. 다음날, A와 그의 언니가 저녁 뉴스에 이단신앙을 가진 자들로 소개되며 지역의 정보국 사람과 경찰, 행정책임자와 이맘(이슬람교의 지도자)이 모여 이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영상이 10여 분 동안 방송되었다. 영상 속에는 책상에 진열된 많은 물건들, A의 집에서 압수된 기독교 관련 서적들과 십자가 그림이 있는 아이들용 보드게임 등등 사역자들에게서 받은 모든 것들이 있었다. A와 가장 활발히 교제하던 사역자 가정은 아예 집을 비우고 다른 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이 일로 모두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와 함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늘 연락하고 지내던 A의 친척들과도 연락이 끊겨버렸다. 이들의 모든 연락처와 그동안의 기록들과 모든 행적들이 감시 당할 것이 뻔했다.

우리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사역을 하면서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것을 늘 염두에 두긴 했지만 처음 겪는 일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이면 풀어줄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2주, 3주가 지나도 풀려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의 나이가 60대, 70대이고 건강이 늘 좋지 못하였기에 몹시 염려되었다. 이 일이 생기자마자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많은 이들이 마음을 같이 하며 손을 모았다. ‘하나님께서 이들과 함께 하고 계시다. 이 일을 반전시키실 것이다.’라는 감동을 많은 중보자들이 받고, 우리에게 이러한 마음을 전해주었다. 

‘정말 이렇게 일하실까?’ 수도 없이 마음속으로 질문을 하며, 가슴 졸이며 하염없이 기다린 끝에 한 달이 지나서야 두 자매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 일로 우리와 관계를 끊어버릴까 염려하고 있던 차에 A에게서 연락이 왔다.

갇혀 있는 동안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꼈다 했다. 그 어떠한 두려움이나 위축되는 마음이 없이 담대함과 평안함 가운데 있었다고 했다. 심지어 A는 태형을 집행하러 온 이들에게 “당신의 어머니를 때릴 수 있다면 나도 때려라!”라고 호통을 치고 그들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늘 두통과 허리 통증을 달고 살았는데 갇혀있는 동안은 어떠한 통증도 없이 건강하게 생활했다. 또 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었는데 어려움을 함께 겪으면서 그간의 불화가 씻겨 나가고 우애가 회복되었다. 무엇보다 그녀 안에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던 자신의 종교와 법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가 무너졌다고 고백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상상할 수도 없는 반전이 일어났다.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하셨다. 이때 우리가 느꼈던 놀라움과 기쁨을 어떻게 설명하랴.

하지만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무슬림 사회에서는 종교적인 오류를 범하는 자를 가문의 수치로 여긴다. 이 두 자매는 각각 교사로, 문화센터 원장으로 일했었지만 이 일 이후 바로 직장을 잃었다. 그리고 TV와 온라인에서 이 뉴스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었고, 친척들과 이웃들도 교제를 끊어버렸다. 결국 A자매는 다른 지역의 교회 공동체에 한동안 머물기 위해 집을 떠났다. 그녀가 고향과 가족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이것이 예수님을 소개받은 것에 대한 대가라니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녀를 향한 주님의 특별한 계획이 있음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주님이 하실 일을 기대한다. 주님께서는 분명 이 일을 통해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리라! wec 

글 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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