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7개월 되었을 때 나는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만 3살 때 터키에 갔다. 유치원부터 시작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부모님의 안식년 2년을 제외하고 총 11년 동안 현지 학교를 다녔다. 내가 현지 학교를 다녔다는 것에 대부분의 어른들은 놀라며 신기해했다. “힘들었겠네.” “어땠니?” “한국과 비교하면 어때?”라고 말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어쩌다가 그렇게 용감한 선택을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부모님은 그때마다 기도하고 하나님께서 보여 주신 대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어릴때는 이런 사람들의 반응이 의아하고 조금은 싫었다. ‘내가 현지 학교 다닌다는 것이 그렇게 신기해야 할 것인가’ ?
솔직히 말해서 나는 현지 학교를 다녔다는 것에 별로 나쁜 감정이 없다. 아니 다시 돌아보니 오히려 복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이지만 터키 학교를 다녔기에 터키어도 유창하게 할 수 있고, 터키 문화를 잘 이해하고, 무슬림들에 대한 편견도 없다. 터키에는 종교 수업이 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 교감선생님께서 이슬람 수업을 빠지지 않고 잘 참석하면 종교 시험에 100점을 준다고 약속하셨다. 보통 종교가 다르면 종교 수업 자체를 면제받는데, 나는 그렇지 않음으로써 이슬람에 대해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터키 학교를 다닐 때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좋은 친구들을 주셨다. 중학교 때 만난 친구는 나의 제일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며 아직까지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다. 반 애들이랑 문제없이 지냈고 친구들과 선생님들로부터 과분할 정도로 예쁨과 사랑을 받았다. 예를 들면 내가 고등학교 때 제일 좋아했던 수학 선생님은 나를 항상 각별히 돌봐 주었고 힘든 것이 없는지 물어봐 주며 가끔 과자를 주기도 했다. 또한 친구들이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는 것을 말해 주곤 했었다. 나를 자신들과 똑같이 봐주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랍고 고마웠다.
물론 외국인이어서 불편한 점들도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때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터키에는 왜 왔는지, 터키어는 어떻게 이만큼 잘 하게 되었는지, 터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질문들이 쏟아졌다. 나의 신앙을 공격하고 내가 틀리다고 할 때도 있었다. 반 친구들과 가끔씩 이슬람과 기독교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나는 여러 명의 질문을 혼자서 답해야 했고 그럴 때마다 많이 곤란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런 불편한 일들은 사소한 것에 그친다. 결론적으로는 터키 학교에서 보낸 시간은 나에게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남아 있다. wec
글 전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