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자전거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머리로는 균형을 잡고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자전거를 탈 수 있기까지는 수없이 넘어져야 했다. 넘어질 때마다 무릎은 까지고 마음은 작아졌다. 그 시간 속에서 가장 중요했던 존재는 뒤에서 자전거를 붙들어 주던 사람이었다. 혹이라도 넘어질까 놓지 않던 그 손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일어나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선교의 여정을 돌아보면, 우리의 사역 또한 자전거를 배워 가던 과정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일차영입을 받았을 때부터 MTC(선교 훈련 대학교)와 CO(영입 훈련)의 시간, 선교지와 팀 사역을 거쳐 전환기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은 늘 우리 곁에 누군가의 손길을 허락해 주셨다. 우리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주님께서 우리를 친히 붙잡고계셨다. 그 손길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결코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2012년 L국에 들어가 하나님께서 가족으로 묶어 주신 L 공동체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사역을 시작했다. 특별한 기술이나 재주가 없었던 우리에게 하나님은 언어 코디네이터, 팀 리더, 교육센터 디렉터, 지부 리더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맡기셨다. 새로운 역할을 감당할 때마다 처음 자전거를 타는 아이처럼 긴장했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순종하려 애썼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해서 붙드시는 손길은 두려움 대신 믿음을 선택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2024년 여름, 국제본부로부터 남아시아 권역 리더로 섬길 가능성을 두고 3개월간 기도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솔직히 마음속에서는 ‘이건 말이 안 됩니다’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해 벽에 전지를 붙이고, 그와 관련된 만남과 사건, 성경 말씀과 찬양,책과 대화를 하나씩 포스트잇에 적어 나갔다.
결국 요한복음 15장 16절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 또 너희 열매가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라)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부르고 계심을 분명히 느끼게 되었고, 그 부르심을 외면할 수 없었다.
사역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중요한 깨달음도 얻었다. 하나님께서는 WEC국제선교회 안에서 새로운 전략과 방향을 시작하실 때마다, 연약한 우리를 먼저 준비시키셨다는 사실이었다.
단체의 세부 목표였던 MAP(Mobilize, Advance, Proclaim) ‘믿음의 목표’를 시작할 때도, 그리고 AN-DA(Acts Now Discernment for Action)과정 역시, 미리 경험하게 하시며 우리의 마음을 다듬어 주셨다. 그 길에는 실수와 부족함도 그대로 포함되어 있었지만, 하나님은 그것마저 사용하고 계셨다.
L국 사역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 I국과 B국 지부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한계와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결국 깊은 영적 침체의 터널을 지나게 되었지만, 그 시간 속에서도 동역자들의 기도와 격려, 그리고 아내의조용한 동행은 나를 다시 붙들어 주는 손길이 되었다.
올해 처음 참석한 B국 지부 컨퍼런스는 하나님께서 앞으로 하실 일을 미리 보여 주신 청사진과도 같았다. WEC국제선교회의 새로운 선교 전략을 소개하는 워크숍에서 앞부분 강의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실습 시간에 지부 멤버들은 하나님이 주신 생각과 말씀을 나누며 기쁨으로 반응했다.
결국 커다란 전지 위에 그림을 그리고, 찬양하며, 춤추는 모습으로 워크숍이 마무리되는 장면을 보며 하나님께서 이렇게 속삭이시는 것 같았다. “너희의 부족함은 나의 목적과 영광을 가로막지 않는다. 나는 너희가 그 자리에 서있기를 원하며, 나와 함께 기뻐하기를 원한다.”
이제 다시 길 위에 서 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보다 아이들에게 처음 자전거를 가르칠 때 아빠로서 더 많이 긴장한 것 같다. 아이들은 아빠가 계속해서 자신을 붙들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아빠! 계속 붙잡고 있죠?” 하나님께서 세우신 자리에서 우리의 연약함을 통해 주님의 영광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그분의 붙드심을 믿고 함께 페달을 밟아 간다. wec
글 장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