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바는 관문과도 같은 도시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생활 40년을 마치고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 위해 에돔과 모압을 우회하여 아모리 땅을 점령하고 거점을 확보했는데 바로 이곳이 마다바이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의 남쪽에 위치한 마다바는 중부지역을 효과적으로 사역하기 위한 관문이요 거점과도 같은 도시이다. 이전에 이 땅에 팀을 만들고 거점을 확보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중단됐었다. 현재 우리 팀 세 유닛이 동일한 비전을 품고 기도하며 거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다바를 처음 마음에 품은 것은 2016년 가을이었다. 2013년 요르단으로 와서 언어를 배우고 시리아 내전으로 쫓겨온 난민을 대상으로 1기 사역을 했다. 2016년 여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 2기 사역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고 거주 비자를 위해 아랍어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그 반의 이름이 마다바였고 학생들은 마다바에서 사역하는 분들이었다. 그중 한 분이 안내해 주신 마다바에서 가장 높은 교회 종탑에서 바라본 마다바 시내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후 매일 도시락을 싸서 가방을 메고 버스로 마다바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설문지로 각 가정의 필요를 조사하고 가정을 방문하며 관계를 넓혀 갔다. 2017년 한 해 동안 기도와지역 조사를 통해 부르심에 확신을 얻고 2018년 마다바로 이사를 했고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했다.
말씀을 통해 확신을 가지고 마다바로 이사 왔지만, 암만에 있을 때 겪지 않았던 여러 문제들이 생겼다. 마다바에 우리 아이들에게 적당한 학교가 없어 암만으로 통학을 해야 했는데 차가 없었다. 그리고 후원이 점점 약해져 경제 상황도 점점 악화되었다. 게다가 외국인이 거의 살지 않았고, 특히 한국인은 너무 눈에 띄었다. ‘직업도 없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하는 이웃의 의심은 지역 사람들에게 더 깊숙이 다가갈 수 없는 장벽이었다.
하지만 주님은 이 장벽들을 넘을 수 있도록 선한 손길을 통해 우리를 도우셨다. 개인 후원자가 차량을 1년간 렌트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고, 공동 파송 교회와 협력 교회들이 연결되었다. 또한 지역 조사 결과 교육센터 사역을 해야겠다는 비전도 주 셔서, 현지 사람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 지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이곳에 이사를 와 서 정착한 팀의 싱글 형제와 우리 가정, 그리고 중 부지역을 품은 또 한 가정이 함께 모여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이 땅을 향한 주님 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 팀 내 관계의 어려움과 아내 의 건강 그리고 장모님의 병환 등 여러 문제가 다 시 마다바 사역의 발목을 잡았다. 그때 주변 분들 의 조언으로 안식년 후 새롭게 시작하기로 하고 한 국에서 안식년을 가지게 되었는데 한 달 뒤, 2020 년 1월 코로나가 시작되고 말았다.
2022년 여름, 폭풍우 같은 시간(코로나, 아내의 간기생충 수술, 장모님 장례식)이 지나가고 마다바에 아랍어 학원을 시작했다. 이제 어느 정도 아랍어 학원이 자리를 잡아가고, 이 학원을 통해 이곳에 거점이 마련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얼마 전 잘 훈련된 시리아 난민 교사가 그만두겠다고 했다. 여름 동안 잘 준비하여 8, 9월 새 학기를 시작하고, 더불어 학원의 정식 등록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다시 교사를 모집, 훈련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마치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17년 이후 마다바를 향한 여러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되돌아보았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역인데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왜 이리 쉽지 않을까? 혹시 하나님께서 원하시지 않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우리의 부족함 때문일까?
아직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 일을 통해 나를 변화시키시고, 우리 팀을 성숙하게 하시며, 이 지역을 회복시키실 것이라는 점이다. 먼저 세워져야 할 진정한 거점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즉 주님을 향한 신뢰와 서로에 대한 사랑이다. wec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13:5)
글 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