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곳의 모습을 담은 KBS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빈곤과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낮은 임금의 노동력이 풍부한 이 도시에는 주로 유럽과 미주 지역으로 수출되는 의류공장이 8천여 개가 있습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의류 생산 국가이기도 합니다. 그 다큐멘터리는 이곳에 가죽 가공 공장과 의류 공장으로 인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분리수거나 쓰레기 처리, 하수 처리에 대한 규제가 되고 있지 않아 나라 전체의 환경오염은 그보다 더 심각한 상태임을 느낍니다. 수도인 이 도시에도 쓰레기 집하장이 따로 있지 않아 큰 도로 곳곳에는 쓰레기가 악취를 풍기며 쌓여 있습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의 정도가 이미 세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곳! 이곳에 오기 전부터 나의 삶에 대해 주변에서 우려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한 덕분인지 나름 잘 적응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땅에 온 지 어느새 3개월이 지나갑니다.
11월에도 여전히 낮에는 30도가 넘는 날씨지만 습하고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짧지만 선선하다는 겨울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때에 비자를 받아 여기에 올 수 있다는 것만이 기적인 줄 알았는데 지난 3개월 동안 정말 많은 기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처음 도착하여 공항에서 숙소에 도착하는 길에서 인구밀도가 전 세계 1위인 도시의 명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이곳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고 사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적이 될 것임을 바로 깨달았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도로에 버스, 트럭, 자동차, 오토바이, CNG(오토바이 택시), 릭샤(자전거에 바퀴 달린 의자를 붙인 이동 수단)가 함께 달리며 극심한 정체를 이루고 있고, 횡단보도는 보이지 않고 너무나 용감하게 무단횡단을 수시로 하는 사람들로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움직이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오래된 버스들은 버스 정류장이 따로 있지 않아서인지 달리는 도로 한가운데 멈춰 서고,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내립니다. 경적 소리가 이렇게 넘쳐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종종 고요한 공간 자체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복잡한 도로 가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펼쳐집니다. 큰 시장이 따로 있지만 인도 옆 차도에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옷, 신발, 주방용품, 담배, 차, 다양한 거리 음식 등등 웬만한 물건은 길거리에서 다 살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더운 날씨에 다양한 민물생선, 닭고기 등을 노점에 놓고 팔며 그 자리에서 큰 칼로 잘라 손질해 주는 광경은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거리를 걸으며 처음 보는 다양한 야채와 과일들을 구경하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길거리에는 걸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거나 여성과 어린이들이며 교통정체가 심한 도로 한복판에 들어와 구걸을 합니다. 하지만 도움을 주었다가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위험할 수 있기에 냉정하게 지나가야 합니다. 그럴때면 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곳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일상의 모습을 보면 ‘이곳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이 땅을 향한 사랑이 커져가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사람들을 향한 짝사랑! 바로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치열한 삶 속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희망을 잃지 않고 인내하는 이 땅의 영혼들에게 헛된 희망이 아닌 진정한 희망이신 예수님이 너무나 필요함을 깨닫습니다. 영원한 형벌에서 벗어나 영생을 누리는 영혼들이 넘쳐나는 땅이 되기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지기를 소망합니다. 복음 때문에 부패와 무질서가 사라지고 더욱 안전하고 깨끗한 마치 천국을 닮은 나라, 새로운 땅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부요하나, 여러분을 위해서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그것은 그의 가난으로 여러분을 부요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고후 8:9)” 우리를 부요케 하신 예수 그리스도! 기적이 되신 그분이 이 땅의 기적이 되어주시기를 바라며 믿음으로 달려가는 저와 이 땅의 사역자들을 위해 “파이팅”을 외쳐주세요.
글 박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