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온 지 이제 6개월이 되어 갑니다. 이전에 파키스탄에서 8년 정도를 사역하였지만 WEC의 신임 사역자로서 새로운 사역 현장에서는 완전 신참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1년 4개월의 기나긴 기다림 끝에 지난 6월에 이 땅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오자마자 일주일이 안되어 코로나에 걸려서 2주 정도 고생하며 호되게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중보기도를 받게 되었고 지금은 가족 모두 건강하게 회복되고 오히려 코로나 걱정 없이 사역을 잘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인구의 98%가 이슬람을 믿고 있지만, 소련의 지배로 인한 공산주의와 1994년부터 이어온 28년간의 독재정치의 영향과, 자본주의의 유입으로 인한 세속주의와 미신적인 신앙이 섞여있는 굉장히 복잡한 종교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경험했던 것 처럼 대통령이나 국가의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지나갈 때는 도로가 통제됩니다. 모든 차들이 멈춰 서서 그들의 차량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립니다. 저희는 10분 정도 기다렸다 갈수 있었지만 어떤 경우는 30분이 넘게 기다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길을 가다 보면 도로 곳곳에서 경찰들이 지나가는 차들을 불러 세우는 것을 많이 봅니다. 신호위반이나 차량등록증과 운전면허증 검사 등의 다양한 이유로 운전자들에게 돈을 요구합니다. 경찰들의 월급이 많지 않아서 이러한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경찰 조직 내에서도 이러한 것을 묵인할 뿐 아니라, 목이 좋은 자리에 배치를 받기 위해서는 뇌물을 주고받습니다. 그나마 대통령의 특별 명령으로 외국인들은 많이 봐준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어제는 택시를 타고 가다가 저희가 탄 택시를 경찰이 잡았습니다. 외국인 손님이 타고 있다고 그냥 보내주었습니다. 이걸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요?
저희가 느끼는 현지인들의 삶은 여러모로 팍팍하기 그지없습니다. 사회 곳곳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어서 인맥이나 돈이 아니면 좋은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거기에다가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또 다른 큰 문제입니다. 이곳은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입니다. 국가 경제를 살릴만한 산업이 거의 없고, 지하자원도 별로 없습니다. 일할 곳이 없어서 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정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남자들을 대신하여 여자들이 남의 집의 일을 하거나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의 언어 교사도 남편이 일이 없어서 집에서 놀고 있고, 언어 과외비를 받는 것으로 가족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서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록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수입이 몇 배는 많기에 기회가 되는 대로 외국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온라인으로 현지어를 가르쳐 주었던 형제도 러시아어와 영어를 굉장히 잘 하는 친구였는데 저희가 이곳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러시아로 일을 하러 떠났습니다.
저희 집주인의 가족들도 다 러시아에 가 있고, 집주인 역시 러시아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말 똑똑한 사람들은 다 외국에 나가 있고 그저 그런 사람들만 남아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 입니다.
이곳의 물가는 몇 년 사이에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집주인 아저씨 말로는 3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가 올랐다고 합니다. 외국인인 저희는 달러 환율이 같이 오르기 때문에 크게 영향은 없지만 평균 100~200불 정도의 제한된 월급을 받는 현지인들은 계속해서 오르는 물가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6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이 땅의 일상의 모습 속에서 여러 가지 아픔과 필요를 체감합니다. 오직 예수님 외에는 다른 소망이 없는 곳입니다. 이 땅이 주님께서 아름답게 창조하신 처음 계획처럼 회복되기를 기도하며 복음을 들고 이 땅의 일상 속으로 또 한걸음 내딛습니다.
글 한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