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킴스 패밀리

by wecrun

“언니 이거 안 예뻐요?”
평안이 언어 학원에 가는 날이면 자유가 뵬뵬이를 돌봅니다. 자유가 막내 뵬뵬이를 하루 종일 돌보고 힘들어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평안과 함께 비록 덥고 먼지가 날리는 거리일지라도 함께 걷기로 하였습니다. 기분전환엔 역시 쇼핑이지요! 길가에 있는 한 옷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평안의 현지 옷을 보기로 하였지요. 옷들 디자인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무심코 평안이 옷을 하나를 보면서 “어, 이건 좀 안 예쁘다.” 그랬더니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어머, 언니 이거 안 예뻐요?”라는 정확한 한국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지인 가게 주인은 한국에서 일했었다고 하더군요. 그곳에서 평안이 옷을 샀습니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하루는 평안이 막내 뵬뵬이와 함께 과일을 사기 위해 집 주변의 노점상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길가의 자그마한 식당에서 갑자기 “아주머니!”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내가 아마 잘못 들었겠지?’라고 생각하며 지나치던 찰나 다시 한번 “아주머니 안녕하세요!”란 소리가 똑똑히 들렸습니다. 현지인 아저씨였지요. 한국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아주머니 소리를 이곳에서 듣다니요. 그 아저씨는 한국에서 십 년 이상 거주하며 번 돈으로 식당을 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 주변엔 한국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때론 길을 가면서 무심코 ‘이 나라는 왜 이래?’라며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할 때도 있는데, 주의해야겠지요?

“오빠!”
자유가 뵬뵬이를 보는 날, 시간 때우려고 오전 11시쯤 바나나랑 채소를 사러 집 밖에 나갔습니다. 최근 집 근처에 바나나 가게가 생겨서 그리로 가는 길이었지요. 갑자기 뒤에서 “오빠!”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유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요. 그러나 그것은 아주 분명하고 크게 “오빠”라고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흰색과 하늘색이 섞인 교복을 입은 두 명의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그리고는 묻습니다. “아쁘니 꼬리안?” “해”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은 갑자기 메모지와 펜을 내밀더니 사인을 해달라고 합니다. 이런 당황스러운…… 내가 무슨…… 한류스타 BTS도 아니고…… 그 큰 눈망울의 간절함을 보고서는 한국어로 자유의 이름과 뵬뵬이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들을 준다며 두 개 더해달라고 하더군요. 네…… 그래서 두 개 더 해 줬습니다…… 그리고 한 아이가 ‘BTS’ 아느냐고 ‘블랙 핑크’ 아느냐고 묻더군요. 짐작은 했지만……. 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너보다는 모를 거라 했지요. 잠깐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오빠라…… 이제 어느덧 제 나이도 40인데, 평안에게도 못 듣는 오빠 소리를 듣다니 감사한 일인가요? 이 에피소드를 나중에 평안과 나누며, 중동의 S국도 맘대로 드나드는 ‘BTS’ 오빠들이 우리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엑쇼 스뜨리”
자유가 언어 학원을 간 날 있었던 일입니다. 학원 선생님 중 한 분이 정말 말이 많은 분이지요. 결혼 이야기나 먹는 이야기를 하면 혼자서 이곳 말과 영어를 뒤섞어서 혼자 한 시간을 이야기 하시는 분이지요. 그분과 보통 처음 한 시간은 자유롭게 대화를 합니다. ‘언어 실수’라고 하면 자유가 전적이 좀 화려하지요. 전공의 2년 차 때 충수돌기염(맹장) 수술을 받은 외국인(원어민 강사)에게 ‘방구(방귀) 나왔냐’란 말을 어떻게 하면 더 엘레강스하게 물어볼 수 있을까 싶어서, ‘네이버(NAVER)’ 영작을 사용해서 ‘방구 나왔니?’를 검색했더니, “Room nine release(룸 나인 릴리즈)?”라고 나왔답니다. ‘오! 이런 아름다운 말이 다 있었어?’ 아무런 의심 없이 가서 말했지요. “Room(방) nine(구)release(나왔니)?” 황당해 하던 그 분이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그날은 그 말 많은 선생님이 한국에서 무슨 일을 했었는지 꼬치 꼬치 캐묻더군요. ‘무슨 일했냐?’, ‘무슨 수술을 주로 했냐?’, ‘학생도 가르쳤느냐?’, 등등…… 그리고 그가 물었습니다. “꼬또 존 메디깰 스투던트 시키에첸? (몇 명의 의대생을 가르치셨나요?)”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엑쇼 스뜨리께 어뻐레숀 섬뻘깨 시키에치.” 선생님이 깜짝 놀랐습니다. “오! 엑쇼 스뜨리? 하하 하하하하 하하” 저는 온 얼굴에다가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었죠……‘왜 웃지?’ 잠시 후, 자유의 얼굴이 뜨거워지고 등줄기에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엑쇼 스뜨리께 어뻐레숀 섬뻘깨 시키에치.(백 명의 ‘와이프’에게 수술에 대하여 가르쳤습니다.)’ 남학생은 ‘차뜨러’, 여학생은 ‘차뜨리’, 아내는 ‘스뜨리!’
자유에게 아내는 ‘평안’ 하나 밖에 없습니다……

글 김자유, 이평안 (쭌쭌, 꼬꼬, 뵬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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