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하는 아이들

by wecrun

얼마 전, WEC선교회 연례총회가 있었다. MK(Missionary Kid; 선교사 자녀)들도 어김없이 그 은혜의 장소로 자발적 동행이 아닌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왔다. 10명의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두 달여 동안 함께 준비하고, 기도하던 아이들을 만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치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밝은 얼굴 표정으로 바뀌는 MK들을 보면 마음이 곧 뿌듯해지곤 했다.

“안녕하세요!” 한 아이가 나에게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순간 깜짝 놀랐다. S는 선교하는 부모님, MK의 정체성, 원치 않는 또 다른 나라로의 이동, 그리고 정든 한국의 친구들과는 곧 이별을 해야 하는 현실과 열심히 씨름을 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예쁜 미소로 환히 웃어주는 S에게 당황한 나는 순간 “이렇게 반갑게 나에게 인사를 해 주다니 감동! 아니 무슨 일이야?”라며 물었다. “처음으로 저랑 동갑인 여자 MK 친구를 만나서 너무 좋아요.” 내가 상상하지 못한 대답이 S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KWMA(한국세계선교협의회)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9년 12월 기준, 한국 선교사는 171개국에서 28,039명이 사역 중이며, MK는 18,545명(20세 이상이 6,899명)이라고 한다.

이 MK들의 대부분이 자신들이 맞닥뜨린 여러 현실과 오르락내리락 씨름을 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 없는 씨름, 망가뜨리는 씨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외로운 싸움이라면 너무나 서글픈 일일 것이다. 하지만 MK들이 부모, 형제자매, 친구들과의 관계로 인한 갈등, 사회의 시스템, 낯선 선교지의 문화, 새로운 언어, 학업, 진로 등등의 이슈로 씨름하는 동안에 우리 주님께서 함께 하시고, 이들을 아끼는 사람들도 함께 때문에 이들의 씨름 안에는 소망이 있고, 길이 있다고 믿는다.

MK들을 별난 아이들로 생각하며, 이들을 어떻게 대하며, 무슨 대화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MK는 결코 유별난 아이들이 아니다. 그저 우리와 다른 환경에서 산다는 것 외에 일상에서 우리 옆에 스쳐 지나가는 지극히 보통의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조금은 다른 성장통을 겪으며 씨름하고 있는 모든 MK들을 위해 기도와 함께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글 베르멧

You may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