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남북 관계의 개선과 발전이 한국 교회에게 주는 기대와 희망이 무엇일까요?
A.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이 세계 선교라는 놀라운 부름을 받고 있는 이 역설적인 현상을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주님의 큰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의 관계가 70년 동안 정치적, 이념적으로 풀지 못하고 얽혀있고, 한국 사회 안에서도 이념적인 대립과 분쟁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교회의 성도들은 신앙적인 렌즈를 가지고 이 문제를 보는 일에 실패를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좌’ 아니면 ‘우’ 편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뭐라고 말하는지, 하나님은 무엇을 원하실까?’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교회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제 한국 교회 안에 다른 관점과 다른 그림이 필요합니다. 70년 동안 정치와 이념이라는 렌즈로 남북문제를 보면서 지난 시절의 상처를 싸매기보다 더 헤집어내고 있었던 이땅에, 복음에 근거한 원수를 사랑하는 것과 복음에 근거한 문제 해결이 너무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교회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죠.
지금처럼 남북 관계에 해빙이 완전히 되지 않고 있을때, 정치와 구별된 민간 교류로 지속적인 사랑을 나타내고 북한과의 경색된 강을 흐르게 하는 일이 교회 외에는 거의 대안이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많이 퍼부어 줬더니 무기만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직된 한국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도 누군가 조건에 근거하지 않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교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금 더 성경적이고, 신학적이고, 복음적인 렌즈를 가지고 남북문제를 접근한다면, 더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물꼬를 열고, 관계가 얼어붙지 않도록 할 것이며, 정치나 국제 환경이 어떻게 변화되더라도 그 기저에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구축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Q. 남북 관계의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방안은 어떠해야 할까요?
A. 국가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에서 원칙을 가지고 “이것은 안 된다. 이것은 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너무 경직되지 않게 더 활발한 민간 교류가 일어나도록 해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관(官)이 민(民)을 적절히 활용하여 관계의 단절을 피하고, 계속적으로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지난 우리의 대북 정책이 아쉬운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입장에서 할 수 없는 부분 중에 민(民)이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정치적으로 불편부당(不偏不黨)하는 우리 교회와 같은 민간단체들이 인도적인 지원과 남북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조국 교회 안에 우파든 좌파든 관계없이, 편 가르지 않고, 대북 사업에 사항 별로 협력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있기를 오랫동안 소망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 교회가 너무 오랫동안 편향된 입장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사회는 교회가 이런 양심적인 그룹이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회가 이러한 신뢰를 주시 못한 것에 각성을 해야 합니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교회의 목소리에 ‘아 저것은 정치적이 않다. 저것은 정말 양심적이다.’라고 느끼도록 우리의 역할을 부지런히 해내야 할 것입니다. 한국 교회가 정치적, 이념적인 견해를 떠나, 하나님께 복종하고, 성경적인 관점을 가지고 국민들을 섬기고, 때에 맞는 할 일들을 제대로 해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세상은 힘을 가지고 남을 눌러서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복음이 주는 지혜의 핵심 중에 하나는 우리가 희생함으로써 포용하고 결국은 이기는 것입니다. 복음은 미련해 보여도 완전한 지혜입니다. 우리는 성경적 지혜로 통일을 바라보고 기대하며 주님께서 일하시게 해야 합니다.
Q. 이 시점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한국 교회의 사명과 이를 위한 우리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A. 누군가를 섬기고 돕는 것은 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진실로 희생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어떤 특별한 역량을 가진 특정한 소수만이 어떤 중요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 교회는 누구든지 부름 받은 자리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이 사명을 감당하도록 더 많이 가능성을 열어주고, 성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선교적인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 선교 현장에 가서도 제대로 선교를 감당해 나가듯이, 우리도 일상에서부터 통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먼저 선교적 렌즈로 북한을 바라보고, 그 땅을 위해 헌신적으로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정말 우리에게 타문화와 같은 선교적인 땅입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70년을 떨어져 있었기때문에 말은 통해도 사고방식은 너무나 다릅니다.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타민족을 접근하듯이 선교적인 방법으로 이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까이 있는 새터민들을 우리가 섬겨야 하는 선교 대상일 뿐만 아니라 선교의 동역자로 여겨야 합니다. 이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마중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들을 섬기며 남북의 문화 차이를 줄여내고, 선교적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북한 선교를 위한 시작입니다. 이제는 해외 선교만이 아닌, 이 땅을 찾아온 이주민, 난민들을 위한 사역도 한국 교회에 주신 선교의 기회로 여기듯, 북한 선교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넓혀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회들을 통해서 다가올 통일을 감당할 우리의 역량을 길러내야 하겠습니다. wec
글 화종부 (남서울교회 담임, 한국 WEC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