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민족의 삶 속에는 가족 공동체와 체면문화가 강력히 남아있다. 유목의 전통으로 이슬람의 영향력과 샤머니즘이 곳곳에 뿌리내려 있다. 약 4년 전에 만난 B는 현재 재혼해 8살 난 예쁜 딸을 둔 형제이다. 어린 시절 마약에 노출되어 채워지지 않은 무엇인가를 채우고자 중독되었다. 몇 차례 교도소를 드나들면서 채워지기 보다는 자신이 망가지겠다는 결론에 마약을 끊고, 마리화나를 시작했다가 경찰에게 시달리며, 이것도 자신에게 유익보다 손해가 많다고 생각하여 마리화나를 끊고 다른 도구를 찾다가 술에 젖게 되면서 여러 차례 가정에 어려움을 가져온 친구이다.
늘 자기 자신이 삶의 중심이며 언제든 자신을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벽에 부딪혀야만 생각을 바꾼다. 하루는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가서 의사로부터 다시 술을 마시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식용 알코올을 물에 희석해서 마셔왔기에 더 위험했다. 당시 현지 리더와 함께 중보기도하는 시간에 성령님의 도움으로 이렇게 죽으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울면서 회개하고 회복을 하였으나, 그 후로도 쉽게 돌이키지 못했다. 이 친구를 돌보는 동안에 가스 사고로 큰 위험에 처할 뻔한 것도 보고, 무너진 부부 사이에서 중재자로 여러 험한 일도 지켜보며, 점점 나의 마음 또한 닫혀가면서 B를 멀리하고 싶어 하는 감정이 들었다. 성도들의 변화되지 않는 모습은 늘 사역자에게 가장 큰 도전이며 영적 전쟁의 숙제이리라. 이혼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자매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성장하는 어린 딸을 생각하면 맘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도 B 형제가 본인 스스로 딸의 교육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할 땐 정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이 영적 전쟁에서 승리를 할 수 있을까? 이번에 다시 17일간 술에 절어 사는 B 형제를 두 차례나 방문하였으나 회복의 시간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그만 마시고 새로이 회복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선약이 있어 현지 리더가 방문하도록 했으나, B는 내가 방문해 줄 것을 고집했다. 자신의 위험조차 어떤 기회로 삼으려는 동기가 너무 싫어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한 주간이 지난 후 4일간 링거를 맞고 조금씩 회복되어 움직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심방을 하며 얘기를 나누는데 간증이 시작되었다. B 형제는 죽음의 공포에 5일 동안 잠을 못자고 있었다. 어느 날 자신의 영혼이 몸을 떠나 자신을 내려다보는 현실에 엄청난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중에 아내가 자기 이름을 외치는 소리에 영혼이 돌아온 경험을 한 후, 잠들면 다시 죽을 것 같아 잠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낮에도 운전을 하면, 등 뒤에 죽음이 앉아 있는 것 같고, 온몸에 검붉은 두드러기와 위장을 비롯한 장기의 통증들은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하나님께 벌받고 있다는 죄의식이 뚜렷했다. 하나님께 회개하고 용서를 구했으나 바뀌지 않는 몸의 상태에 공포가 가시지 않는 것이었다. 자녀이기에 징계하시는 아버지 하나님을 얘기하며, 죽음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이고 은혜인지를 나누며 기도했다. B는 울며, 회개하고 고백하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B를 향한 신뢰가 없다. 삶이란 잔인하고 냉정한 것이다. 삶을 바꾸는 힘은 순간에 주어지기 보다 시작할 동기를 줄 뿐이다. 이 기회를 통해 뿌리를 만들고, 줄기를 세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삶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건강한 영적 근육이 필요하다.
나는 수년 전부터 종종 아이들을 학교에 바래다주고 약 5Km 정도를 걷고 달린다. 늘 반복되는 일이라 부담과 귀찮음과 일에 쫓겨 미뤄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을 맞으려 검사하던 중 혈압이 높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것은 정기적인 운동을 하는아주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나는 회복이 필요한 환자이기에 반드시 운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도 운동장을 돈다. 그러면서 되뇐다. 나는 죄인입니다. 오늘도 자녀 삼아 주신 당신의 은혜가 없이는 냄새 풍기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주여! 긍휼을 베푸소서! 작고 단순하지만 반복된 운동만이 근육을 만들듯이 매일 반복되는 말씀, 예배, 기도의 반복이 나를 무장시킨다. 작은 일, 예수님을 믿는 일에 충성할 때 나를 이기고 세상을 이김을 고백한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찌어다” (마 25:21).
글 정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