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국은 미전도종족 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입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도시는 국가 경제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최대 도시로, 각지에서 일자리를 구하러 많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덕분에 다양한 종족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로 같은 종족이나 가족 중심으로 모여 살고, 같은 종족 안에서 커뮤니티를 이루어 생활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지 않으면 다른 종족 사람들과 꾸준히 교류하기는 어렵습니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도가 이전보다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집안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아 외부인과 교류할 기회가 매우 적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외국인인 저를 매우 신기한 듯 쳐다봅니다. 제 얼굴이 그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인구 대비 외국인 체류 비율이 워낙 낮다 보니 때로는 마치 유명인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저희 학교 아이들도 처음에는 저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는데, 이제는 조금 친해졌다고 제 피부를 신기해하며 쓰다듬기도 합니다.
제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현지인은 옆집 아줌마 모나(가명)입니다. 모나는 처음부터 저를 신기하게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이 집에 살면서,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거쳐 간 외국인들을 이미 접해왔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게 방을 내어주신 선생님도 약 13년 동안 모나와 이웃으로 지내왔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함께하며 꽤 가까운 이웃이 되어 서로의 집 열쇠를 비상용으로 나눠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매주 금요일 오전에 생수를 배달하는 아저씨가 오는데, 그때 저희가 학교에 있으면 모나가 저희 집 열쇠로 문을 열고 대신 물을 받아주기도 합니다. 예전에 제가 혼자 지내고 있을 때, 깜빡하고 집에 열쇠를 두고 나왔을 때도 모나에게 열쇠를 받아 집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 가끔씩 현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밖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현지 집밥을 먹어볼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모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다 보니 심심한지, 저희가 학교에 갔다 오면 종종 놀러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새로 산 옷을 보여주기도 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 걱정, 갱년기 증상으로 인한 감정의 변화들, 남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비교적 가벼운 소재의 어려움들을 털어놓습니다.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혼자 집을 지키던 기간이 있었는데, 모나는 마주치면 언제나 안부를 물어보고,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자신을 찾아오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모나에게 요청해서 문제들을 해결했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도시는 먹고살기 위해 일거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이 많다 보니, 다른 도시에 비해 정서적으로 다소 척박한 면이 있고 이웃 간에 교류도 드물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8개월 동안 모나와 선생님과의 관계를 보면서 서로에게 참 좋은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도 모나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모나는 참 신실한 무슬림입니다. 어느 날 문득, 지금 주님이 오신다면 모나를 천국에서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슬퍼졌습니다. 주님이 빨리 다시 오시기를 그렇게 바랬는데, 저도 모르게 “주님, 조금만 더요! 더 있다 오세요!”를 외치며, 모나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모나 옆에 저희를, 저희 옆에 모나를 이렇게 두신 것도 주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있음을 믿으며, 주님께서 모나를 만나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wec
글 질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