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중순에 문을 연 센터에는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하게 덥고 적막했습니다. 사람 구경을 할 수 없는 센터 주변을 살피며 ‘이곳에 누가 올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2017년 태국 방콕의 라끄라방 지역 킹몽쿳 대학교를 중심으로 첫 번째 뉴비전 센터를 개척하여, 2년간 많은 청년 대학생들을 만나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정든 곳을 떠나, 오직 순종하는 마음으로 이곳 핏사눌록 지역으로 옮겨 나래수안 대학교 중심으로 한 두 번째 뉴비전 센터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람 구경도 하기 힘드니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은 것인가?’라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청년 대학생 때 선교에 헌신한 저희 두 사람은 언제나 청년들에게 남다른 마음이 있었습니다. 가장 가난했지만 주님 때문에 가장 부요했던 시절, 저희 가슴에 심어주신 남다른 부르심을 따라 이곳에 왔고, 기도 가운데 사역의 기회를 따라 청년 대학생들을 위한 삶의 공동체이자 예배처인 뉴비전 센터를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핏사눌록의 센터가 지금 같은 청년 대학생들의 사랑방이 되어가는 데에는 45도 가까운 폭염의 굴속같이 잠잠한 시간을 기도하며 견뎌야 했습니다.
더 많은 학생들을 만나고자 뉴비전 센터에서 축제를 열었습니다. 오픈데이! 센터에 먼저 다니던 친구들을 따라온 모든 이들을 환영하고, 이들을 위해 준비한 다양한 체험활동 부스를 마련했습니다. 부스를 돌며 캘리그래피도 배우고, 메이크업도 하고, 파우치도 만들고, 한복을 입고 포토존에도 서보고, 한국 친구들과 함께 방탄 소년단의 노래와 다양한 K-pop을 불러봅니다. ‘오픈데이’에 70명이 넘는 태국 친구들이 센터를 찾아왔습니다. 나래수안 대학교의 두 명의 교수도 함께 했습니다. 김밥과 떡볶이, 잡채로 차려진 식탁의 교제도 이어졌습니다. 핏사눌록이 떠들썩해질 만큼 흥겨운 축제였습니다. 오픈데이를 통해 예수님 이야기도 마음껏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선교사님 마치 여름 성경학교 같아요!” 함께 하던 팀원들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합니다. 이 감격과 감사는 오직 맛본 자만이 아는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라끄라방의 첫 뉴비전 센터를 통해 보여 주셨던 주님의 역사가 핏사눌록에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뉴비전 센터에 오는 청년 학생들에게 저희는 매번 밥을 해 먹이고 있습니다. 결혼 20년 차 아줌마에게 밥하기란 일상인데, 사역에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밥집 아줌마’가 되어 학생들을 위해 밥을 하는 것이 가장 기쁘고 감사합니다. 그냥 밥이 아니라, 믿음의 밥을 열심히 먹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국 속담에 ‘사람의 마음을 잡으려면 위장을 먼저 잡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간 해온 여러 사역 중 먹이는 사역만큼 마음에 가닿기 쉬운 일도 없습니다. 매주 토요일 기도회를 시작으로 청년들을 먹이고 같이 놀다 보면 어느새 주일 점심, 저녁 밥 사역이 돌아옵니다. 먹이고 챙기다 보면, 전도만 해서는 안 오는 학생들도 꼭 다시 들립니다. 이렇게 관계를 맺으며 학생들의 허기를 채워 줍니다. 프로젝트로 밤을 새거나, 주말이면 고향에 가서 밥 먹으러 오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밥 배달도 하고 있습니다. 빈집의 문 손잡이에 도시락을 걸어두고 전화를 하면 그들의 음성에서 전해집니다. ‘아, 아짠(선교사님)이 우리를 챙기는구나.’ 하고 마음을 여는 소리가요. 이것이 시작이고, 씨앗입니다. 이번 주는 떡볶이와 김치제육덮밥을 다음 주에는 떡국과 닭죽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저희는 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며, 영적인 허기를 채워 주시실 수 있는 주님께 늘 기도합니다. 우리의 뿌려진 씨앗이 자라고 열매 맺기를 위하여……
글 김성환, 김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