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생이 되면 한국으로 오고 싶다는 마음과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MK들이 많을 것입니다. 12살 때 어머니가 안식년에 한국학교를 체험 삼아 단기간 다니는 것이 어떨지 물어본 적이 있지만, 저는 바로 그 자리에서 울기 시작했고 한국학교에 보내지 말라고 간청 했었습니다. 한국에 가면 나의 행복이 없어지고, 정체성도 없어지고, 특히 소속감이 없어질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엉뚱한 생각들이었지만, 당시에는 정서적으로 불안해질까봐 많이 두려웠습니다. 한국인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적응해야 하는 현실과 부딪치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선교지에서 겪은 고난보다 한국에서 사는 어려움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끊임없는 설득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 입시 준비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작년에 한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됐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2박 3일 동안 학과 OT를 다녀오게 되었고, 그 후에 수많은 밥 약들(신조어: 밥 먹자는 약속), 모임, 동아리, 팀플(팀 프로젝트)과 많은 과제들에 매달려 한 학기 동안 보통의 한국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주변에서 적응에 대한 질문을 하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매번 망설이고, 실수하는 자신을 보며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저를 챙겨주시는 어른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위로도 받으면서 한국생활의 훨씬 더 긍정적인 관점으로 보게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저 혼자서 한국 적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절대 혼자서는 적응을 할 수 없습니다. 가족이 보고 싶고 한국을 떠나고 싶을 때마다 하나님은 위로해 줄 사람을 붙어 주셨습니다. 특히 MK 선생님들이 초대해 준 여름 WEC 청년캠프를 갔을 때 힐링을 경험하면서, 그동안 제 자신과 솔직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인이 되려고 자신을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을 피하여 도망 다녔지만, 결국에는 한국에서 제 자신이 겸손하고 솔직해지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요나와 같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경험을 하나님께서 축복으로 변화시켜 주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저는 부족한 점이 많고 여전히 과제를 할 때 번역기를 자주 사용하지만, 이것 또한 배움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움의 기회를 주신 것에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글 이은수 (이준희, 김은진 선교사의 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