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최전방의 선교 ‘기숙사 부모’

by wecrun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속에서 많은 갈등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특별히 선교사 자녀(MK)들은 부모의 사역을 따라 나라를 이동하는 일이 잦고 주로 어릴 때 고국을 떠나 선교지에서 살기 때문에 정체성과 소속감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교지의 또래 집단 속에서 다른 외모와 언어, 문화 때문에 따돌림을 경험하거나, 고국으로 돌아가서는 고국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역문화 충격으로 힘들어 하는 MK들도 많습니다. 대부분 MK라고 하면 조금 힘들어도 어려서부터 많은 경험을 쌓고 언어의 축복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기 위해 MK들이 치뤄야 하는 대가가 생각보다 혹독할 때가 많습니다.

자녀들이 선교지에서 학업을 비롯하여 적절한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게 되면 부모 선교사들이 사역을 정상적으로 지속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 이유로 WEC에서는 오래전부터 MK를 사역의 한 대상으로 여기고 사역을 진행해 왔고 저희 가정도 ‘선교사 자녀를 돌보는 것은 하나님께 부름 받은 선교사들을 선교지로 보내는 최전방 사역이다’라는 부름을 받고 선교사 자녀를 돌보는 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태국 치앙마이 라이트하우스 기숙사에서 십대 MK 9명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모두 학업 때문에 부모를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며 Grace International School(GIS)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지요. GIS는 WEC을 비롯한 몇 개의 선교단체가 모여 MK들을 위해 세운 국제학교입니다. 그리고 라이트하우스 기숙사는 여러 아시아 나라들을 비롯하여 치앙마이가 아닌 태국의 다른 지방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 자녀 교육 때문에 사역을 지속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부모를 따라 고국을 떠난 MK들이 고학년이 되어서도 안정적으로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세워졌습니다.

얼마전 새 학기를 시작한 기숙사에는 올해 5명의 새 학생이 있습니다. 아직은 부모의 곁에 있어야 할 자녀를 기숙사로 보내는 부모와, 낯선 곳에 홀로 남아 부모와 한동안 떨어져야 하는 아이들의 첫 이별에는 많은 눈물이 있습니다. 올해 기숙사의 가장 어린 친구는 14살 남학생입니다. 부모님의 단기사역이동으로 인해 태국을 떠나야 했으나 이미 한번 인도에서 태국으로 선교지를 이동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이 친구는 더 이상의 이동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이 친구는 1년 후 부모님이 태국으로 돌아오시기 때문에 1년만 지나면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숙사 친구들은 졸업할 때까지 방학을 제외하고는 기숙사에서 지냅니다. 많은 경우 졸업식은 이 친구들이 부모님과 함께하는 유일한 학교행사가 됩니다. 또래와 함께 지내는 것이 즐거울 때도 있겠지만 아직은 성인이 되어가는 불안정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이 ‘가족이 아닌 타인’과 함께 24시간을 지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즐거움과 갈등, 외로움과 독립심 같은 것들을 아이들은 이곳에서 진하게 배워갑니다.

저희는 이곳이 기숙사 학생들에게 제2의 집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가족과 긴 시간 떨어져 있지만 가족이 있는 그곳이 언제나 내 집으로 여겨지고, 동시에 지금 있는 이곳이 낯선 곳이 아닌 제2의 집이 되어 편안하고 즐겁고 감사한 장소가 되기를요. 학생들이 훗날 이 모든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우리 부모님을 부르신 하나님께서 나를 향하여서도 언제나 선한 계획을 가지고 함께 하셨다’고 고백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글 신재희

You may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