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따라 선교지로 향했던 OO은 현지의 어려운 상황으로 더 이상 그곳에서 사역할 수 없게 된 부모님과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국에 들어와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던 OO은 갑작스러운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꿈꾸어 왔던 다음 진로에 대한 계획이 무산되면서 한국의 한 대안학교를 들어가게 되었다. 오랜 시간 한국을 떠나 있었기에 문화 적응을 하기에도 버거운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사역을 위해 또 다른 나라로 동생들을 데리고 떠나게 되었다. 혼자 남게 된 OO, 처음으로 그의 학교를 방문하여 함께 식사하고 교제하던 날이 떠오른다. 문화와 소통의 다름에서 오는 어려움과 코로나19 방역의 문제와 부모의 부재로 학교에서 자유롭게 나올 수 없어 혼자 학교에 남아 지내야 했던 힘겨웠던 시간들을 덤덤히 우리에게 나누어 주던 OO의 얼굴과 눈빛을 잊을 수 없다.
OO뿐이겠는가? “내 인생은 없어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부모님이 사역하시니 뭐든 내가 알아서 살아야 해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어요” 힘겨운 선교 현장에 적응하며 살아야 했고, 대학으로 진학해서는 장학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누구 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는 MK(Missionary Kid; 선교사 자녀)들, 성인이 되기도 전에 또는 성인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다시 언어와 문화 적응,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그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러한 MK들에게 내재된 갈등과 문제가 팬데믹 상황을 계기로 우울, 무기력, 공황, 분노, 비 현실감 등으로 나타나 사회 부적응과 방황, 일탈, 중독 행동 등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한다.
이러한 힘겨운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함으로” 버거워하는 선교사 가정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선교사 가정에 대한 잘못된 기대나 편견으로 그들에게 큰 부담을 주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하고, 기도해 주며 선교사 부모와 자녀들이 다시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글 베르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