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by wecrun

“수잔! 기도해 줘, 옆 나라와 전쟁이 일어나서 우리 마을 남자 들이 전쟁터로 갔어. 너무 많은 마을 남자들이 갔는데, 몇은 죽 고 몇은 생사도 모른대. 우리 마을은 전체가 장례식장이야. 흑흑 흑……” 지난 추석 연휴에 왓츠 앱에 녹음된 현지 친구의 기도 요청이었습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그리고 조지아가 있는 남코카서스 지역은 다니엘의 4제국 중 메디아와 페르시아 그리고 로마의 영 토이기도 했기에 고대 역사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곳입니다. 남 코카서스의 이 3개국은 마치 한중일처럼 각기 다른 어군에 속한 언어들을 갖고 있고 기원전부터 개별 국가를 이루었던 구별되는 역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로마, 페르시아, 몽 골, 투르크, 러시아 제국, 소비에트연방 등의 통치를 당했기에,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고, 다른 문화와 인종 그리고 종교에도 관대한 문화를 갖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는 예외적으로 적대적 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꼭 당부하는 것 가운 데 하나가 “아르메니아”라는 단어를 꺼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단어가 나오는 순간, 따뜻하고 친절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던 할머니의 얼굴도 싸늘함과 분노로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가슴 아픈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지금의 터기 동부인 아라랏산과 반 호수를 중심으로 살아왔던 아르메니아인들은 1차 세계대전 무렵에는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 를 받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고전하던 오스만 투르크는 독 립의 조짐이 보이던 아르메니아인들을 본토에서 쫓아내어 시리 아를 비롯한 타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시도합니다. 이 와중에 150 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희생자가 발생하게 되고, 이들 중 일부는 당시에는 러시아제국에 속했던 코카서스 지역으로 밀려 들어오게 됩니다. 본래 아제르바이잔인들이 다수였던 코카서스 일부 지역에 인구 분포의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1차 세계 대전 후 코카서스 지역이 독립할 때에, 아르메니아인들의 수가 증가한 지금의 아르메니아 수도 예 레반 지역, 그리고 다른 3개 군의 절반을 아르메니아에 넘겨주는 대신, 아르메니아인들이 다수였던 나고르노 가라바흐 군의 권한은 아제르바이잔에 속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는 가라바흐지역 또한 자신들이 오랜 기간 거주해왔던 지역임을 주장하면서 이 지역을 요구하였고, 이로 인해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1992년에 일어난 첫 분쟁에서는 아르메니아가 승리하면서 가라바흐 지역은 물론이고, 아제르바이잔 영토의 20%를 점유하게 되었던 반면에, 이번 2020년 전쟁에서는 가라바흐의 중심도시인 스테파나케르트와 그 주변 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이 수복하게 됩니다.

30년 전 전쟁으로, 아제르바이잔에는 100만 명에 달하는 실향민들이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이제 그 들에게 돌아갈 곳이 생겼지요. 반면에, 이번 전쟁으로 슈샤시를 비롯한 가라바흐 지역에서 살던 수천 명의 아르메니아 실향민들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고향을 찾게 된 실향민들을 축복하면서도, 새롭게 실향민이 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위한 기도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전쟁으 로 가족을 잃은 이들입니다.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에게 하나님의 용서와 평안과 치유가 임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더불어 무슬림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에게도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하나님의 복음과 긍휼이 전달되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전쟁을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종교 전쟁으로 해석하려는 급진주의자들이 있는데 이러한 시도가 실패하도 록, 또한 기존에 아제르바이잔의 무슬림들이 가지고 있던 기독교에 대한 거리낌이 사라지고, 복음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가라바흐 지역에는 아르메니아 정교회의 교회와 기념물을 비롯한 역사적 유 산들이 많이 있습니다. 두 민족 간의 갈등이 이런 종교 시설과 문화유산들의 파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도하 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양국을 코로나19 확산으로부터 지켜 주시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전쟁은 끝났지만, 코로나 바이러 스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방역이 사실상 불가능하였기에,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되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국 모두 의약품과 의료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진단조차 힘든 상 황입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 길을 내시는 주님께서, 자신을 경외하는 자들을 지키시고, 전쟁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기도를 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글 주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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