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에 부모와 함께 선교지로 갔다가 돌아온 선교사 자녀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학교도 친구도 없는 선교지로 가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에 다니며 또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교사 자녀는 선교지로 가기 위해 학교를 자퇴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바로 떠나지 못하고 장시간 홈스쿨링을 해야 했다. 그는 친구들과 멀어지고 외로움을 느끼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또한, 부모님은 선교지로 떠났지만, 본인은 학업을 위해 혼자 한국에 남기로 선택한 청소년도 있었다.
이처럼 부모와 함께 선교지로 떠나는 십 대의 선교사 자녀들을 만나면서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익숙한 학교와 친구들이 없는 선교지로 떠나는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 될지 이해하게 되었다. 12세 이상의 청소년기 자녀와 함께 처음 선교지로 가는 경우에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익숙한 환경과 친구들을 떠나 언어조차 생소한 새롭고 낯선 장소에 놓일 때, 삶의 뿌리가 뽑히는 듯하고 정체감의 혼란과 심리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선교지로 떠나기 전에 학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출발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하며, 이러한 변화를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다.
2009년 약 55만 명의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그중 25%는 해외로 나간 경험이 있는데, 12세에서 17세 사이 청소년은 정신 건강 문제가 20% 증가한 반면, 6세에서 11세 사이의 어린이는 3% 증가에 그쳤다. Alison Bond는 “청소년들은 또래 집단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학교에서 정서적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선교지로의 이동으로 인해 이러한 기반이 흔들릴 경우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처음 선교지로 나가는 과정에서 부모 역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게 되며 이로 인해 자녀가 필요로 하는 정서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이 있는 가정의 선교지 적응을 돕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기의 선교사 자녀들이 적응하기 위한 핵심 요인
1. 부모와의 건강한 관계 형성
청소년들이 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선교사 자녀들은 부모와 원활한 소통을 하며 편안하고 솔직하게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의 선교적 부르심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2. 선교지로 떠나기 전 작별의 시간 가지기
친구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건강한 이별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3. 교육 환경 사전 탐색
선교단체는 부모 선교사와 함께 선교지에서 자녀가 어떻게 학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미리 조사해야 한다. 선교지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환경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4. 신뢰할 수 있는 멘토 연결
가족 외에도 자녀가 신뢰할 수 있는 멘토를 두어 중요한 시기에 조언과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5. 선교지에 대한 이해와 수용 과정 마련
선교단체는 선교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청소년들이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도전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6. 소셜 네트워크 구축 지원
파송 교회나 모교회의 청소년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 그룹을 활용하고, WhatsApp,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지속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7. 해외 자녀 양육 관련 자원 제공
선교사 자녀 교육과 관련된 도서, 온라인 학습 자료, 상담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여 부모와 자녀가 함께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마무리하며
사춘기 자녀를 둔 선교사 가정이 처음 선교지로 이동할 때, 시기가 적절한지 여러 사항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또한, 선교적 사명과 자녀 양육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선교단체와 협력하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청소년 자녀들이 정체성을 확립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글 Gill Bryant (MK Education consultant)
번역 하은혜 (International safeguarding team)
자료 출처: 2021년 봄호 EDUCARE (EDUCARE는 국제WEC 사역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