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지진, 그리고 우리 영혼의 지진

by wecrun

2월 6일 새벽 5시 40분, 잠이 깨면 늘 하듯이 핸드폰을 들었다. 튀르키예의 동남부 카라만마라슈 지역에서 강도 7.8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동료들의 문자와 함께 안전 보고와 염려문자들이 있었다. 전화도 왔었는데 진원지 가까이에 있는 A2 도시에서 사역하는 동료의 것이었다. 다행히 안전하다는 문자가 눈에 띄어 마음이 놓였다. 어제 밤 왜 하필 핸드폰을 부엌에 두고 침실로 갔던가 자책할 틈도 없이 진앙지에서 가까운 M1, A1의 사역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M1은 연락이 되었으나, A1은 문자도 전화도 되지 않았다. 한참을 전화기를 붙들고 이곳 저곳에 멤버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권역대표와 지진피해를 입은 동료들의 파송 본부에 연락을 취하였다. 다행히 A1지역 동료의 안전도 확인이 되었다. 그리고 8시간 후에 또 다른 지진이 발생했다. 여진이 아닌 강도 7.5의 새로운 지진이었고, 수천수만의 건물들이 반복적 피해를 받아 무너졌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멤버들의 안전을 확인하려 전화했으나 또다시 한 곳이 연결이 되지 않아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리고 여러 곳을 통하여서 밤늦게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다.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연락을 못했다는 말에 나의 쪼그라든 심장이 풀려나는 느낌이 들었다.

2월 11일, 지진 피해를 당한 동료 3 unit이 잠시 거주 지역을 떠나 이 나라의 수도로 이동해 왔다. 권역대표와 함께 개별적인 짧은 만남을 가졌고, 다시 각자의 목적지로 떠났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해서 감사했다.

3월 3일, 현재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무너지거나 큰 피해를 본 건물이 무려 수십만 개에 달하며, 사망자의 수가 5만을 넘기고 있다. 그 누구도 정확한 피해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며, 피해가 너무 광범위하여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한 튀르키예 정부의 노력도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전세계에서 많은 구조팀을 보냈고, 이후에 현지 그리스도인들과 현장의 외국인 사역자들도 정부와 함께 재빠르게 움직이며 구호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오늘도 사역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지진 현장에 텐트를 세워주고 식재료들과 의복, 생필품 등을 계속 현장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본인도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어 동료 선생님과 함께 2주에 걸쳐 지진 피해 현장을 며칠씩 다니며 텐트 건립과 물품 전달에 동참하였다. 하지만, 파괴된 건물과 무너진 사람들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대하는 일이 긍지와 보람을 주는 것 정도로 단순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마음이 먹먹하고 가슴이 아파 왔다. 직접 듣게 되는 그들의 그 날의 경험이 바늘이 되어 심장을 찔렀다. 그럼에도 나는 이들의 충격과 고통을 다 알 수 없었다. 이 일을 직접 겪은 이 땅의 사람들의 마음은 과연 어떤 상태일까?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들 외에 누가 알까? 오직 하나님만이 아실 것이다.

🔺지진 피해가 큰 지역에 세워진 100개의 텐트. 100 가족이 이곳에 머무를 예정이다.

🔺이런 상태의 건물들이 수십 킬로에 걸쳐서 각지에 줄지어 있음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두 눈으로 보게 되는 날이 왔다. 전쟁터도 이보다는 나아 보였다.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영적인 의미를 부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사태에 대한 하나님의 허락하심을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사람이 무엇이관대 하나님의 목적을 미리 깨닫겠는가. 다만, 그럼에도 작게 나마 알게 하시는 것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죽은 자들이 그들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마 8:22)
“이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 달리다굼, 소녀야, 일어나라” (막 5:39, 41)


예수님은 이 땅에 있을 때,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관점(세계관)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사람의 눈에는 분명히 살아 있는 자들을 죽은 자들이라 부르셨고, 반대로 죽은 것으로 확인된 소녀는 살아 있다 말씀하셨다. 우리는 지진으로 죽은 사람들의 숫자에 놀랐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말을 잃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이 세상의 미래가 어떻게 보일까? 하나님의 눈에 비친 오늘의 실상 그리고 예수님이 재림할 그 날의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 눈에는 지금 굳건히 서 있는 건물들이 그 날에는 이미 무너져 있고, 오늘도 잘 살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미 영원히 죽어 있는 자들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보고 있으며, 누구의 세계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는가? 참으로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영혼 깊은 곳까지 흔든다. 또 다른 지진이다. 바라기는 하나님의 시각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 분의 눈으로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면서 이 땅을 섬길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기도 제목

이 아픔이 이유 없는 아픔이 아니라 출산의 기쁨을 주는 아픔이 되기를, 그래서 현재의 재난이 이곳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부르는 도구가 되기를


글 새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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