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을 마치고 선교지로 출국을 5일 앞둔 주일 아침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그곳 소식을 검색하던 중에 한국발 모든 항공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현지 정부의 방침이 그날 새벽에 발표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딸의 고등학교 개학 전까지 함께 지내다가 개학하면 기숙사에 있는 것을 보고 출국을 할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나가지 못하게 되고, 출국을 하려면 최소 한두 달 뒤에나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 딸을 대리부모를 해 주기로 한 가정에 맡기고 한두 주 더 빨리 준비해서 출국했었어야 했나’하는 생각과 후원하시는 교회와 성도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선교사로서 부족하여 하나님께서 보내시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괴롭기도 했습니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빨리 들어가고 싶어 하던 딸은 좁은 선교관에서 4식구가 복닥거리면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자 무척이나 짜증이 나 있었습니다. 그런 딸을 이해하면서도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몇 날이 되지 않아 하나님께서 이 상황을 우리에게 허락하셨음을 믿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의뢰하자 마음에 평강이 임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선교지로 나아갈 시기를 하나님께 맡기고 감사함으로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선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마치 한국에서 사역하는 것처럼 방역수칙을 따라 안전하게 지부의 정기 기도모임에 참여하고, 만남의 기회를 주시는 대로 파송교회와 후원자들과 교제도 하고 침술로 심방하며 섬겼습니다. 또한 침술선교공동체인 예향회 기도모임도 정기적으로 참여하면서 공동체를 세우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딸의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기숙사도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4식구가 선교관에서 함께 지내며 집밥을 먹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좁은 선교관에서 하루 종일 학교에서와 동일하게 수업 일정을 소화해내는 딸의 모습이 기특했습니다. 하지만 종종 좁은 공간에서 지내는 것이 답답하고 쉴 수가 없어 너무 힘들다며 화가 나 있는 딸을 보는 것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선교지에서 지내며 힘들었던 기억이 딸의 마음에 여전히 남아 있어서인지 화와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니 선교지로 돌아가기를 준비하고 있는 부모로선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가 6개월 더 한국에 머물게 되면서 딸과 함께 같은 집에서 자고 먹고, 지지고 볶으며 시간을 보내면서 딸의 눈빛과 말투에서 부모와 동생에게 좀 더 친밀해지고 안정감을 갖게 되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코로나19로 인한 불편한 상황이 불평거리였는데, 오히려 가족의 관계가 회복되고 딸이 안정감을 찾는 우리 가정에 꼭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느낍니다. 모든 것을 미리 아시고 우리에게 이러한 상황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드립니다.
돌아갈 선교지 상황은 매일 천명 이상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20만 명의 확진자 수를 넘긴지 오래되었습니다. 18세 이하와 65세 이상의 노약자들은 아예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하도록 조치를 하며 방역을 위해 노력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 계속되었고, 오히려 나라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자 초기의 강경 방역 조치를 풀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여름이 되어 한국발 항공의 입국금지도 해지하고 입국 후 자가격리도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양국 간의 비행기 운행이 재개된 것이 기적 같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선교지 입국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선교사가 비행기가 뜨면 가는 것이 당연하지 하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기도하던 중 어느 날 꿈속에서 “121”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꿈에서 깨어 그 숫자가 ‘시편 121’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중략)……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시편 121: 1~8)”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제 보내시기 원하신다는 것을 확신하며 출국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방역을 위해 가정에서 10명 이하의 인원이 모이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시 돌아가 현지 교회를 예배 가운데 섬기고 현지인의 가정을 방문하며 말씀과 기도로 교제하고 세우는 사역을 계속해 갈 것입니다. 전에 함께 모여 예배하고 말씀을 배우고 기도하던 사람들에게 우리가 다시 돌아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위로와 격려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에 우리가 매이지 않고,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 우리의 도움이시며 지키시는 여호와를 믿고 매일매일 말씀과 기도로 예수님 앞에 깨어 살며 복음을 전파하고 현지인들을 성령님의 능력과 사랑으로 섬기며 살고자 합니다.
글 물댄 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