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젖힌 틈새로 쏟아진 은혜 – 코로나 시대, 선교 일상

일본에서는 유독 사람들의 행렬을 많이 볼 수 있다. 주일 아침이면 파친코(슬롯머신)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유명한 라멘가게나 맛집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을 심심찮게 본다. 특히, 관광지로 유명한 교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본 선교를 하면서,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교회 앞에 길게 늘어선 행렬을 우리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경험했다.

지난 4월 부활절을 앞두고, 일본에서는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한 ‘긴급사태 선언’을 했다. 학교는 휴교하고, 모든 모임들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교회도 온라인 예배로 긴급하게 전환해야 했다. 모든 활동이 위축되었고, 계획했던 방과후교실(주 1회)과 지역 아동식당(월 1회) 사역도 중지했다. 뜻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주님 이때에 교회가 어떻게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요?”라고 기도할 때에 하나님께서는 교회에 남겨진 200여 개의 마스크를 생각나게 하셨다. 당시 일본에서는 마스크를 가게에서도, 인터넷으로도 살 수 없었고, 정부에서는 마스크를 배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 때라 사람들은 손수 천 마스크를 만들어야만 했다. 처음에는 200개의 마스크를 지역의 사람들에게 배부하려고 단순하게 계획했는데, 팀의 피터(홍콩)선교사를 통해서 홍콩의 교회들이 마스크를 보내겠다는 연락을 주었다.우리는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심을 느꼈다.

낯을 가리는 일본인들의 특성상 교회에 마스크를 받으러 많이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하고 노인들이 사는 집을 우선으로 하여 가가호호 방문 배부를 병행하기로 했다. 첫날 교회가 있는 지역에 한 가구당 5장씩 들어있는 마스크 1팩씩 총 500장의 마스크를 배부하였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아베노마스크인줄 알았다가 교회에서 나누어 주는 것을 알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인들 중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몸이 불편해서 거동이 어려운 할머니가 마스크를 받고 너무 고마워하는 모습에 마음 뭉클하기도 했다. 재봉틀로 마스크를 막 만들려고 했다면서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늘은 내가 그리스도에게 기도하겠다’며 감사해 하는 사람도 있었다. 거리에 나와 마스크를 받고 이웃끼리 서로 교회를 칭찬하는 소리를 골목 반대편에서 들으며 우리는 다음 집에서 다음 집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마스크 배부를 마치고 교회로 돌아올 때, 늘 지나던 거리와 집들이 새삼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외국인으로 살면서 주변에 대해 뜻하지 않게 경계심이 들 때도 있었는데, 그날엔 마을 전체가 온화한 기운으로 가득 찬 듯했고, 모든 것이 사랑스러운 대상이었다.

나눔을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의 무게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