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의 한국행 여정 – 코로나 시대, 선교 일상

by wecrun

우리 중 아무도 코로나19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치 못한 채 2020년을 맞이하였다. 첫아이의 검정고시 준비와 이후 2021년 대학 수시를 준비할 시기에 맞게 안식년을 준비하면서 연초에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판데믹(Pandemic)이 선포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위력을 떨치면서 비록 다른 대륙에 비해서 조금 늦긴 했으나 결국 감비아와 서부 아프리카에도 도착했다. 감비아 정부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선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공항과 국경을 폐쇄하고 모든 학교와 모임을 금지시켰다. 그때까지만 해도 6월 초로 예정된 우리의 여행 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공항과 국경 폐쇄가 지속되고 항공사 측의 비행 일정 취소와 변경이 계속 거듭되면서 우리에게 작지 않은 고민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매일 밤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하기 원하신다는 사실을 차츰차츰 깨달아갔다. 그렇게 출국을 기다리던 중 세네갈 주재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닫힌 국경을 통과하여 비교적 항공편이 다수 운행되는 세네갈에 육로 입국 후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7월 25일, 드디어 우리 가정을 포함한 감비아 내에 거주하던 16명이 많은 준비 과정과 기다림 끝에 육로를 거치는 닷새간의 한국행 여정을 시작하였다.

세네갈 공항 출국자들은 바이러스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국경에서 대사관 직원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 안에 도착해야 검사 결과를 제시간에 받을 수 있었다. 늦어지면 비행기를 놓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그리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예상보다 다소 이른 새벽 5시 17분쯤 미리 임차한 미니버스를 타고 감비아 WEC 본부를 떠났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출발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버스의 앞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더 큰 문제는 그 차에 예비 타이어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운전사가 타이어를 구하려 이리저리 전화를 했지만 이른 새벽이라 쉽지 않아 보였다. 그 상황을 마냥 기다릴 순 없음을 직감하고, 미니버스가 있는 정상준 선교사에게 급히 전화를 했다. 감사하게도 정선교사는 국경까지 태워 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도움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가 있는 사고 지점까지 와서 다시 출발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그때 우리 앞에 마치 준비된 듯 로컬 승합차 두 대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우리는 지체 없이 가서 그 두 대를 빌려서 정선교사와 만날 장소를 정하고 이동했다. 약속된 장소에서 모든 짐을 옮겨 싣고 다시 국경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비록 타이어 펑크 사고가 있긴 했으나 모두가 안전했고, 모든 게 신속하고 순적하게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보호와 인도하심이었음을 느꼈다. 만약에 그 타이어 펑크 사고가 외곽지역에서 발생했다면 끔찍한 대형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내를 벗어나기 전이라 속도가 낮아서 큰 피해가 일어나지 않고, 이른 새벽에 출발한 덕분에 시간 내에 약속 장소에 도착한 것도 참 감사했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정한 시간에 국경을 통과하여 세네갈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쉽지 않은 여정을 경험한 탓인지 모두가 음성 판정을 받았을 때는 너무 기뻐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세네갈 입국 이틀 만인 7월 28일 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여 시간의 비행을 거쳐 한국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고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고백이 절로 나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특별히 주신 메시지는 분명했다.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오직 하나님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길었던 한국행 여정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보호하시고 지켜주신다는 것을 더욱 신뢰하게 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2020년 7월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맛보아 아는 은혜를 온몸으로 누릴 수 있었다.

글 임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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