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꽃샘추위가 있던 3월, 저희는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무더운 이곳에 도착하였습니다. 초기 정착을 가장 더운 시기인 3월과 4월에 시작한 우리는 더위에 대한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오토바이를 구입하기 전 3개월 정도는 아이들이 걸어서 등하교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첫째 아이는 일사병으로 힘들어하기도 했고 걸음 속도가 늦은 둘째 아이는 한 시간을 걸어야 어린이집에 도착하곤 했습니다. 마트에 다녀올 때면 양손 가득 식료품을 들고 가방을 메고 길을 걸어야 했고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현지인들 눈에 이 더운 날씨에 왜 저러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는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남편은 언어학원을 자전거로 등하교하며 한 달 동안 10kg 정도 체중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로 오토바이를 구입하여 마치 현지인처럼 운전하고 다니며 아이들은 오토바이 등하교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집집마다 방범 차원으로 키우는 큰 개들은 목줄도 없는 데다 낯선 발소리에 짖어대며 모여들곤 해서 동물을 좋아했던 아이들도 무서워했습니다. 개들이 배변 훈련도 되어 있지 않아 걸어 다니며 길에 널려있는 오물을 밟기도 여러 번이다 보니 땅만 보고 걷다가 나뭇가지에 모자가 걸리기도 하고 앞에서 차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첫째 아이를 학교에 걸어서 데려다주던 어느 날 주황색 목줄을 하고 있는 개가 아이에게 다가와 냄새를 맡고는 아이가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동행하며 다른 개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아준 일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도 똑같은 개가 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데 첫째 아이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동행해 주었습니다. 그 일을 통해 저 개인적으로는 개를 싫어하는 마음이 조금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이곳의 삶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노력한 것은 화폐의 단위를 익히는 것이었습니다. 도착과 함께 물건도 구입하고 돈을 사용할 일이 많았던 기간에 비슷비슷하게 생긴 화폐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제대로 물건을 구입한 것인지 걱정도 많았습니다. 시장에서 물건 값을 계산할때 화폐단위를 잘 몰라 상인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1만 원을 10만 원이라고 알아듣고 물건이 너무 비싸다며 사지 않았던 경우도 있고, 돈이 모자라 물건을 다시 반납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물건은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망가져서 고쳐서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물건은 가격 대비 좋은 것도 있어 이곳은 “없는 것도 없고 있는 것도 없다”는 말의 뜻을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비가 오면 배수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집 뒷마당이 물에 잠기기도 하고 습한 날씨로 인해 집안에 버섯이 자라기도 하고 도마뱀뿐만 아니라 두꺼비, 개미, 고양이 가끔은 뱀도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곳이 주님이 저희를 위해 마련해주신 곳이기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마뱀과 두꺼비는 모기를 잡아주니 용서하고, 개미는 바퀴벌레의 천적이니 받아주고, 지붕 안에 자리 잡은 고양이는 밤새 우는 소리 때문에 쫓아냈으나 현관 지붕으로 자리를 옮겨 살고 있고, 가끔 앞마당에 나타나는 뱀은 집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이곳의 삶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오늘 아침에도 도마뱀의 수많은 배설물이 세탁실 바닥에 널려 있는 것을 보며, 아이들 신발을 자기 집 삼아 살아가고 있는 두꺼비에게 아침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주님과 동행하는 오늘 하루, 우리에게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wec
글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