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말이 아니다.
필자는 청년의 때(23세)에 선교한국 운동에 참여한 이후 다양한 사역을 거치며 31년의 시간을 보내고 2022년 8월 말 선교한국 사무총장직에서 퇴임하였다. 1990년대부터 가속도로 활성화되어 큰 역사를 이룬 한국 선교운동의 심장부에서 30여 년을 보내면서 선교의 중추를 견인했던 청년 대학생들의 선교운동의 현장에서 청년으로서, 사역자로서 증인의 삶을 살아왔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다시 확인한다. 이 말은 결코 빈말이나 인사치레가 아니다. 자신이 희생하고 헌신한 것처럼 보이고, 자신이 치하와 위로를 받기를 원하는 마음들이 있을 것 같지만, 하나님께서 앞서 견인하셨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큰 감격과 감사의 제목이 된다.
| 라떼는!
88년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린 이후 해외 자유화 정책이 시작되던 해에 필자는 대학 2학년이었다. 1년 후, 활동하던 캠퍼스 선교 단체의 국제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생겨 준비에 들어갔다. 여권을 만드는데 보증인이 필요했고, 2-3개월의 시간이 걸렸고, 필수 교육에 하루를 썼고(주로 해외에서 북한 간첩을 만나는 일에 대한 위험이라던가, 기본 에티켓 등이었다), 비행기 티켓과 참가비를 위한 자금 마련 등 다소 분주했던 경험이 있다. 더불어 당시에는 일반적이지 않았던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12월 24일 밤, 김포공항(당시에는 인천 공항이 없었다)을 떠나 도착한 도시는 열대지방이었다. 다양한 언어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장면의 신선함, 다양한 배경에서 복음으로 세상을 변혁시키고자 고민하는 각국 대학생들의 모습은 1987년 한국의 민주화 항쟁과 겹쳐 보였다. 그곳에서 만난 한국인 선교사들의 모습은 신기하다가 못해 경외심까지 들게 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개인 차원이 아닌 공공의 영역이며, 그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개척자들의 모습은 다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큰 감격으로 다가왔다. 그 시기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선교사로 사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삶의 방향과 가치의 문제였다.
| 변화와 상실!
1991년, 필자가 대학을 졸업한 직후 선교한국에서 사역을 시작한 이래 한국을 비롯한 세계 선교 환경은 온 세상과 함께 엄청난 변화의 파도를 타고 전개되었다. 그중에서도 1990년 세계 최초 웹 브라우저인 World Wide Web이 개발되면서 정보통신의 공유의 기반이 세워지고, 폭발적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현재의 초연결 사회로의 전환을 이뤄낸 것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지만, 더 고상하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모험과 추구는 줄어들고 있다. 더 많은 연결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 더 부유해지고, 더 편리해졌지만 삶은 훨씬 더 팍팍하게 느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모하게 도전할 수 있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는 열정으로 가득한 청년의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보상과 보장을 염두에 두지 않는, 숭고한 가치를 담고 내딛는 청년의 걸음이 역사를 바꿔왔다. 한 영혼, 사회, 민족이 변화되는 도화선이 되었다. 이 시대 자신이 타들어감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화선이 될 청년은 어디에 있는가? 이 도화선에 불을 당길 복음을 누가, 어떻게 듣게 할 것인가?
| 변하지 않는 것
자신을 사랑하라고, 자신은 특별하다고, 손해를 보지 말라고, 자신을 채우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소리는 이제 너무나 익숙하다. 모든 사회 구성원은 그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으며, 미래에 불안을 느끼게 하는 무한 경쟁에 청년들을 내몰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대의 상황을 고려해서 표현을 달리해 왔지만, 인간의 타락 이후에변치 않는 세상의 메시지이다. 그러나 역사 변화를 이끄는 힘은 그것이 아니다. 예수가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이 땅에 오신 것에 초점을 두자! 청년 예수는 하나님의 천국 복음으로 이 땅의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악과 타협하지 않고, 악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긍휼을 베푸셨고, 하나님 나라의 복음으로 자유케 하셨다. 진정한 정의와 샬롬, 사랑의 가치를 보이셨다. 하나님의 계획, 구원의 역사를 위해 기꺼이 치러야 할 고통의 과정을 거부하지 않으셨다. 적은 무리를 통해 일하셨고, 그들을 세상에 보내심으로 지금까지 역사를 이끌어 오셨다. 세상의 가치를 거스르는 청년들은 예수님의 길이 희생이 아니라 마땅히 행할 바이며 특권임을 발견한 이들이다. 언제나처럼 이 시대를 섬길 젊은이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자신의 의지가 아닌 하나님의 부르심 때문에 움직일 것이다. 그 음성을 듣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감히 말한다.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는 단 한순간도 멈추거나 변질되지 않았으며, 사람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구원의 감격에 자원하여 섬기는 이들을 기다리신다. 우리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시므로 기회를 허락하신다. 청년이여, 이 특별한 기회를 잡으라!
현재뿐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에서 상급이 클 것이다. 기대하시라! RUN!
글 이대행(엠브릿지 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