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좌충우돌 일본 적응기

by wecrun

  5월 12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본 출국 날이다. 설레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환송 나온 가족들과 이별의 시간을 갖고 난 후, 일본 간사이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일본 필드 리더인 전주홍 선교사님의 친절한 안내와 환대로 인해 기쁜 마음으로 일본에 첫발을 디디게 되었다.

  일본에서 살게 된 집은 이충규, 이언미 선교사님 부부의 도움으로 얻게 되었다. 우리 가족에 딱 맞는 좋은 집이어서 지난 3개월 동안 감사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또한, 우리 가족이 일본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빅브라더로 헌신해 주신 오태곤, 서은희 선교사님 부부의 도움으로 정착에 필요한 모든 서류들을 제대로 신청하고 만들 수 있었다.

  일본은 서류작업이 진짜 많아서 3개월 동안 서류에 치여 산 거 같다. 한국처럼 디지털화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일이 참으로 많다.
  일본에서는 누가 이사를 오면, 이사 온 가족이 옆집, 아랫집에 인사를 가서 준비한 작은 선물을 건네주는 게 관례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거의 열 집 이상의 이웃들에게 인사를 간다고 하는데 우린 외국인이기도 하고 일본어도 서투니 두 군데 정도만 가도 된다고 선배 선교사님들께 조언을 받고 옆집 한 곳, 아랫집 한 곳만 방문하였다.

  아랫집을 먼저 방문했는데 구글 번역기로 간단한 인사말을 작성해서 대충 외운 다음에 벨을 눌렀다. 그런데 갑자기 아주머니의 일본 말 소리가 들리자 암기해 두었던 간단한 인사말들이 생각이 안 나는 것이다. 이런 황당함이 있단 말인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뭐라고 말을 주저리주저리 했더니 그 아주머니께서 나오셔서 깍듯하게 인사를 하시고 우리를 맞아 주신다. 일단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한국에서 이사 온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잘 지내자고 간단히 서로 말을 한 후 같은 층에 사는 옆집으로 가서 벨을 눌렀다. 그러나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음 날에 또 방문했지만 역시 아무 소리가 없었다. 일주일이나 지난 후에 알았다. 우리가 사는 3층의 세 집 중에 우리만 살고 있고 두 집은 비어 있다는 것을… 당황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인사하느라 긴장할 일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의 기본적인 정착 과정이 끝난 후 교토 YMCA 언어학교에서 일본어 초급과정에 등록해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다른 학생들보다 두 달을 늦게 합류해서 처음 2주는 학습 진도를 맞추려고 늦은 밤까지 공부하느라 정신없이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3개월 동안 정말 좌충우돌 일본 정착기를 보낸 거 같다. 슈퍼에 가서 직원 말을 못 알아들어서 창피를 당한 일, 은행에 가서 말이 안 통해서 구글 번역기를 직원에게 들이대고 말해 달라고 바디랭귀지를 해가며 간신히 은행 업무를 보게 된 일 등등… 그나마 일본 사람들이 친절해서 끝까지 기다려주고 응대해 줬기 때문에 일을 잘 끝낼 수 있었다.

  일본은 참 희한한 나라다. 사람들은 참 친절하고 신사적이고 좋은데 하나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니 말이다. 복음화율이 0.4%라서 그런지 동네에 눈을 씻고 봐도 교회가 안 보인다. 오래된 성당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 했는데, 교회가 너무 없다 보니 성당을 봐도 너무 정겹고 기쁘다. 매주 출석하는 교회는 집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한다. 성도는 10명 정도 되는데, 대부분이 나이가 많다. 일본 담임목사가 은퇴했는데, 이어서 사역할 일본 목사가 없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신학교에도 신학생이 없어서 신학교의 미래까지 불투명해졌다고 한다. 현재는 오태곤, 서은희 선교사님 부부가 담
임목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동네에서 흔히 보이는 게 절과 신사참배를 하는 회당이다. 심지어 작은 맨션 입구에도 신사참배를 하는 작은 제단이 있을 정도다. 이렇게 종교심이 강한 민족이 하나님에 대해서 만큼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하나님의 은혜로 무탈하게 지난 3개월을 보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어떻게 3개월을 잘 보낼 수 있었나 싶어서 지금 또다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 땅에 전무후무한 복음주의 교회의 대부흥이 있어서 일본교회가 언젠가 한국교회와 더불어 세계 선교의 주역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기도한다. 

 

글 배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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