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판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상황 하에서 향후 일상은 과거로 회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B.C.(Before Corona; 코로나 전)와 A.C.(After Corona; 코로나 후)로 나눠 D.C(During Corona; 코로나 중에), W.C(With Corona; 코로나와 함께)라는 관점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 점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경험해보지 못한 길이 인류 앞에 놓여 있다. 세계 선교계도 그런 점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과거와 현재를 더듬으면서 현 상황에 걸맞은 ‘언택트(비대면 Noncontact)’, ‘콘택트(대면 Contact)’의 공존 문화를 만들어 미래를 디자인 해야만 하는 시대적 과제를 갖고 있다. 어차피 올 미래였다고 생각한다면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전도·선교 문화, 일상 문화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변화의 방향과 방법만 다를 뿐 자민족 복음화를 넘어 열방 복음화의 열망은 ‘어제의 우리’나 ‘오늘의 우리’나 ‘내일의 우리’나 변함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쏟아지는 많은 양의 콘텐츠(Contents; 미디어를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그 내용물)에 대해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미디어 활용 능력)가 확보되지 않았을 땐 그 소스의 진실성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가짜 뉴스(Fake News), 왜곡된 콘텐츠로 사상과 삶이 오염될 수 있다. 확증편향이 공고해져 미디어의 공공성, 공동체성이 상실되기도 한다. 시청 패턴에 따라 추천 동영상이 노출되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좋은 면도 적지 않지만 편향된 콘텐츠 소비로 이어져 확증편향을 일으키는 오류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사용자가 만일 기독교 콘텐츠를 필요로 할 때 추천 시스템에 따라 정통 기독교 콘텐츠 외에 이단, 사이비는 물론 잘못한 자유신학을 전하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왜곡된 신앙을 넘어 반기독교적인 정서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개연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탁월성과 창의성으로 무장한 미디어 선교는 기독교적인 선한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미디어 종사자들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를 어떻게 스토리텔링으로 재정립할 것인지 연구해야 한다. 시간관리, 탁월성, 업그레이드 능력, 특화된 전문성 등 ‘열린 지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상력의 폭이 남들에 비해 넓어야 하며, 다루는 주제가 갖고 있는 복잡한 전체 모습을 기꺼이 탐구하려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기존의 신념체계나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그만큼 존재한다는 점도 흔쾌히 수용해야 한다. 아울러 숨겨져 온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를 믿은 채 모험도 감행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종사자들은 사랑, 회복, 진실, 화해, 반성, 경외, 용서, 봉사와 배려 등의 선한 가치를 담은 문화와 콘텐츠를 적극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디어 선교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회의 대사회적 지도력과 선교 능력의 제고를 위해 미디어 선교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문화 영역이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전통 미디어와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신학적 평가와 검증에 역량을 쏟고 미디어 선교 담론을 만들어가는 데 힘써야 한다. 둘째, 미디어에 대해 폐쇄적인 시각을 갖거나 성급한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철저하게 사실과 진실에 기초한 살아있는 현장을 제시해야만 한다. 소재의 참신성을 세련되고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그저 기독교의 신앙을 북돋아주기 위해 연출된 현장이 아니어야 한다. 생선처럼 펄펄 뛰는 살아있는 내용을 담아내 비기독인들도 관심을 갖게 해줘야 한다. 넷째, 세계선교계와 더불어 미디어 활용에 대한 연구와 투자, 협력을 증진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미디어 선교를 잘 감당할 수 있는 전문인들을집중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을 통해 신학교육과 전도, 양육 시스템의 미디어화, 교회 사역자(목회자 포함)들을 위한 맞춤식 훈련 및 재교육 프로그램의 미디어화, 교회에 해악을 끼치는 이단 등에 대처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미디어화, 교회음악 사역과 주일학교 사역의 미디어화 등에 힘써야 한다. ‘미디어선교 아카데미’ 등을 개설, 성경적 세계관으로 무장한 탁월한 실무자들을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
세계선교에 있어 미디어는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정보와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이 같은 개방성은 사람들의 심리와 사회의 변화 욕구를 자극하고 종교에 대한 생각 또한 어느 정도 완화시켜나갈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 선교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순간의 공감을 이끄는 미디어가 아니라 영성·지성·감성의 균형을 갖추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변할 수 없는 실재인 복음을 재미, 감동, 위로, 간접 경험, 정보, 보상이라는 6개 요소를 변화무쌍하게 담아 변하지 않을 가치를 추구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전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미디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장기 계획과 인내심을 갖고 협력해나간다면 미디어 선교는 ‘선교지의’, ‘선교지에 의한’, ‘선교지를 위한’ 기독교를 온 세상에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글 함태경 CGNTV 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