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설레는 마음으로 선교지에 첫 발을 내딛고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안전을 이유로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영적 전쟁 가운데 있음을 느낍니다. 건강하게 지내던 아이들이 번갈아 원인 모를 복통을 겪기도 하고, 어느 날은 한 아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머리에 상처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아잔 소리는 마음을 어지럽게 하며, 수시로 분노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내면의 두려움을 알게 해 주셨고, 주님과 전적으로 연합되지 못한 많은 부분들을 보게 하셨습니다.
마치 열두 해 동안 피를 흘리며 고통 받았던 여인처럼(막 5:25), 우리도 영적인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음을 느낍니다. 오직 주님과의 연합(막5:27)을 통해서만 출혈의 근원이 치유(막5:29)될 수 있음을 깨닫고, 다시 주님께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나라 전체가 폐쇄가 되자 그 불편함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든 곳이 문을 닫고 외출은 금지되었습니다. 집안에 음식들이 점차 떨어져가며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걱정은 두려움을 몰고 왔습니다. 다행히 우리의 필요를 아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식량이 바닥이 날 때쯤에 준비하신 사람을 통해서 먹을 것을 공급해 주셨습니다.
시간이 지나 음식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외출도 조금은 자유롭게 풀렸지만 낯선 땅에서 예기치 않게 일어난 이 일로 인해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그 은혜의 풍성하심을 보여주시며 우리를 안심시켜주십니다.
딸아이가 작은 손을 모아서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 코로나가 없게 해 주세요.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 안전하게 해 주세요. 어묵이 풀리게 해 주세요. 학교 가고 싶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하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얼마 후, 이곳에서 구할 수 없었던 어묵을 사게 되었습니다. 어묵을 보며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느낍니다. 그리고 믿음으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한국이 그리울 때면 사람들을 보내주셔서 대화를 통해 정서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자녀들의 공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언어 공부도 봉쇄가 있기 바로 전에 온라인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신 것도 모두 하나님의 돌보심입니다. 이런 경험 하나하나를 통해서 불완전한 환경 속에서 우리를 평안하게 붙들어 주고 계십니다.
아이들이 지난 3월에 등록했던 현지 학교로부터 9월 신학기 개학과 관련된 공지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아이들 교육에 대해 여러 사항을 두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다른 기회들은 번번이 막히거나 막다른 길에 다다랐습니다. 결국 현지 학교를 보내기로 결정하였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막상 개학을 하여 아이들이 현지 학교에 등교한다고 하니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믿음이란 생각을 합니다. 기쁨이와 은총이가 안전하게 학교를 잘 다니도록 하나님께서 보호해 주시기를, 그리고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들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 우리의 최선임을 다시 깨닫습니다. 아버지의 풍성한 은혜와 공급하심 가운데 두 아이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모든 영역에서 건강하게 이 땅에서 자라도록 그리고 이들의 부모인 우리, 하나님의 또 다른 두 자녀도 믿음의 삶을 기쁘게 살아 가도록 매일 기도합니다.
글 피터 & 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