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C국제선교회 한국본부 대표로 부름을 받은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갑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여전히 모든 것이 익숙하지만은 않습니다. 방대한 사역의 규모와 그 안에 담긴 막중한 책임감 앞에서 때로는 막막함과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막막함의 안개를 걷어내 주신 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세밀한 음성이었습니다. 올해 우리에게 주신 “내가 친히 가리라”는 약속의 말씀처럼 이 사역은 결코 인간의 유능함으로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동행하심 속에 있음을 매 순간 경험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사역의 현장을 지나며 저희는 소중한 진리 하나를 다시금 깨닫습니다. 선교는 결코 한 사람의 영웅담이 아니라, 수많은 지체가 함께 써 내려가는 ‘연합의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한국본부를 통해 파송되어 낯선 땅에서 복음의 씨를 뿌리는 500여 명의 선교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선교의 최전방을 지키는 소중한 분들이 헌신의 열매를 맺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를 받치고 있는 수많은 손길이 있습니다.
한국본부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섬기고 있는 35명의 사역자들을 봅니다. 선교사의 삶을 세밀하게 살피는 멤버케어와 MK 부서, 다음 세대 일꾼을 세우고 훈련하여 보내는 동원과 훈련, 사역의 토대를 든든히 세우는 재정과 행정, 기도의 불을 지피는 중보기도와 홍보 출판, 그리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하는 홈팀 사역자들까지. 여기에 본부와 함께 걷는 이사들의 섬김도 있습니다. 각기 다른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이 모든 섬김은 결코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며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선교라는 거대한 강물은 비로소 온전한 흐름을 이루게 됩니다.
이 물줄기는 본부 담장 너머로도 이어집니다. 전국 10개 지부의 지부장들과 이사들, 그리고 지부원들이 정기 기도회와 골방 기도로 드리는 헌신은 WEC의 선교의 본질을 이루는 가장 깊은 동력입니다. 기도로 길을 열고 기도로 사역을 세워가며, 동원까지 감당하는 그분들을 통해 선교의 본질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우리 곁에 찾아온 이주민과 나그네들의 필요를 섬기며, 전국 8개 지역에서 10개의 팀으로 일하는 이주자선교부 사역자들의 헌신은 선교의 지경이 우리 삶의 자리까지 넓게 확장되어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고린도전서 3:6)
바울의 고백처럼 우리는 각자 맡겨진 자리에서 씨를 뿌리고 물을 줄 뿐입니다. 어떤 이는 전면에 서고, 어떤 이는 이름 없이 뿌리를 지키지만, 결국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생명을 자라나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함께’라는 말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선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는 거룩한 방식’입니다.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함께 걸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한 사람의 능력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위대한 일하심을 보게 됩니다.
지난 1년의 어리둥절함은 이제 깊은 ‘확신’과 ‘감사’로 바뀌었습니다. 일이 많고 규모가 커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만큼 크고 넓은 은혜의 현장을 우리에게 맡겨주셨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선교지에서, 본부와 지부에서, 그리고 각자의 일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함께 세워가는 동역자들입니다. 그 길의 중심에는 언제나 변함없이 “내가 친히 가리라” 약속하시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그분과 함께, 그리고 사랑하는 여러분과 함께 걸어갈 수 있어 참으로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wec
글 마성민, 김선희 (한국WEC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