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나누다

by wecrun

약 한 달간의 금식기간¹이 끝났습니다. 매일 금식이 끝나는 시간과 시작하는 시간을 알리는 북소리와 피리 소리에 맞춰 금식을 멈추고 또 금식을 시작합니다. 예전에 비하면 이곳 사람들의 금식이 점점 형식적인 것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금식을 지키는 강도도 좀 약해진 듯합니다. 하지만 형식을 따라 지키는 정도가 약해졌다고 이들의 신념까지 약해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동네 모스크에서 울리는 아잔²은 마치 제 귀에 대고 내는 것처럼 우렁차고, 울리는 시간도 좀 더 길어진 것 같습니다. 그 아잔에 깨서 주님께 드리는 나만의 새벽 기도를 드리려 했지만, 졸음으로 무겁게 내려지는 눈꺼풀 때문에 종종 실패하곤 합니다. 아잔을 들을 때면 한국에서 들었던 새벽 교회 종소리가 그립습니다.

이곳은 여전히 복음을 전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오늘 자주 가는 과일 가게에 갔습니다. 과일을 고르는데, 현지인 남자가 저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그는 한국말로 저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선생이라고 말하니, 무엇을 가르치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서 타 문화 이해를 가르친다고 하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저에게 선교사냐고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아니……까지 나왔다가 용기를 내어서 “그래 나는 예수 믿는 사람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럼 여기서 활동하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나는 주로 이곳저곳에 다니면서 가르친다고 말했고, 그는 계속 질문하며 나를 몰아부쳤습니다. 현지인을 개종 시키기 위해서 왔느냐고 묻기에 “개종이 아니라 예수님에 대해서 나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신을 안 믿는다며 오직 자기 자신만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주위에 남자들이 네댓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가 영어로 나누는 대화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왜 신을 믿지 않느냐?’ ‘그럼 너는 알라도 코란도 믿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자기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것을 아느냐고 물으니, 예수가 누군지 알고 있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고’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들의 대화가 끝이 났습니다.

그는 내가 가게를 떠난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말할 것입니다. 몇 년 전, 한 어린 소녀와 이와 비슷한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두려운 마음에 그때 저는 3일 동안 밖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 명의 현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복음을 전할 기회를 하나님께서 주신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서 복음을 전할 기회가 없다고 불평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열렸고, 두려움에 피하지 않고 담대하게 나눌 수 있었던 것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그 과일가게에 계속 가야 할지 아니면 다른 곳에 가야 할지 조금 갈등은 되지만, 이렇게 드러났는데 피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팀의 20대 한 청년 사역자는 서툰 현지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복음을 전합니다. 그가 하루는 몸이 너무 피곤하여 하맘(사우나)에 갔다가 뜨거운 열기에 갑자기 지옥불이 생각났답니다. 그래서 그는 지체하지 않고 옆에서 씻고 있는 현지인에게 복음을 전했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은 세차를 하는 이웃을 보고는 ‘너의 자동차는 깨끗하지 않은데, 나는 깨끗하다’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며 복음을 전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그의 행동이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잃어버린 영혼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다른 것에 대한 염려를 크게 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의 모습 속에서 처음 선교지에 왔을 때 나에게 있었던 열정이 보입니다. 경험이 쌓이고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안전을 위해 몸을 더 사리게 되어버린 지금의 나를 발견합니다. 내 속에 먼지처럼 쌓인 두려움이 사라지고,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담대히 복음을 전하는 열정이 회복되기를 기도합니다. wec

글 이교수


1 라마단; 이슬람교에서 행하는, 약 한 달 가량의 금식기간.
2 이슬람교에서 신도에게 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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