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부르심

by wecrun

열방 백성을 위한 하나님의 부르심은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서는 날까지 끝나지 않는 부르심이다. 이미 많은 선교의 열매를 맺은 사도 바울이지만,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빌립보서 3:13~14)라고 한다. 은퇴 시점을 고민하던 아내와 나에게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그리고 42,195km를 달려가는 마라톤 선수의 모습을 통해 “그래 그만 됐다. 이제 쉬어라”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예비한 상을 받으려면 믿음의 경주를 끝까지 해야 한다고 하셨다. 마라톤 선수가 경기 도중 아무리 다른 선수보다 힘있게 빨리 달려도 결승선까지 달려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하셨다. 젊은 날 주님을 위해 아무리 열심히 대단한 일을 했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또 적당히 편한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이 있더라도 법대로 경기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이 들어 육신적으로 연약해진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커다란 격려였다. 비록 은퇴해 선교사 타이틀을 내려놓지만, 끝까지 주님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하나님으로부터 다시 격려받은 우리는 예전 젊은 때와 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Retire Active-퇴직 후 여전히 WEC 사역에 함께 활동하는 것-로서 선교지의 사랑하는 I족 형제자매들을 계속 찾아보고, 국내에서도 주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I족 형제자매들을 섬겨야지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일이다.

 온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많은 선교 활동이 멈춰진 것처럼 우리의 생각과 계획도 다 멈추어 버린 것이다. 각 나라가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항공편도 없어져 아무 데도 갈 수 없게 된데다 국내 활동도 고위험군인 우리는 더 많은 조심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선교지에 있을 때 이미 경험했지만, 주님이 허락하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새삼스럽게 다시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시간이 축복된 시간이기도 하다. 말씀 묵상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더 집중하고 우리 자신을 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또 우리가 발을 딛고 진정 의지해 온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입술로는 하나님을 의지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정말 하나님만 의지하였는지? 먹을 양식이 있다고 안심하며 금과 은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스라엘 백성을 질책하시는 에스겔서 말씀 (4:16, 6:19)이 마음에 가까이 다가왔다. 또 하나님께서 기억하게 하신 것은 온 세상이 코로나바이러스로 혼란에 빠지고 선교 활동도 중단된 것 같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눈에는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지만 하나님은 지금도 그의 뜻과 계획을 멈추지 않고 이루어가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성경에는 이같이 하나님께서 왜 그런 상황들을 허락하시는지 하나님의 백성들도 이해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사도 바울은 로마 교회 형제들에게 복음의 풍성함에 대해 나누어 주기를 원해, 그리고 함께땅끝인 스페인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하기 간절히 원했으나 갈 수 있는 길이 막혔다고 하였다. 사도 바울은 당시 왜 로마 교회 형제들에게로 가는 길이 그렇게 막혔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후일 로마 교회 형제들을 방문할 수 있었고 길이 막힘으로 인해 귀하고 귀한 복음서인 로마서를 써서 말씀 위에 하나님의 교회를 든든히 세우고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로마서를 통해 구원받고 복음의 풍성함을 누리게 하였다. 잠시 멈춘 것 같은 WEC의 동역자들과 우리의 선교 계획도 하나님께서 더 놀라운 방법으로 이루고 축복하실 것으로 믿는다. 우리의 경우 나이와 육신의 연약함으로,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오랜 지속으로 인하여 설사 이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기뻐하며 감사할 것이다.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모든 것이 거룩하고 의로우며 선하신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우리가 못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의 귀한 동역자들을 통해서 하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A국 사역지에 있을 때이다. 사역지 상황도 어렵고 사역의 열매도 없어 힘들어하고 있는데 A국으로 사역지를 옮기기 전에 있었던 I국의 선교사가 우리에게 그곳의 사역을 위해 다시 돌아오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우리가 여전히 I국과 I족 형제자매들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너무 힘들었기에 기도하며 사역지를 옮길까 하고 하나님의 뜻을 물었다. 그때 하나님께서 한 아기를 놓고 서로 자기 아기라고 다투는 두 여인을 재판하는 솔로몬 왕의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셨다. 하나님께서는 “너희가 여기가 힘들다고 다시 I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그러면 다른 여인의 아기를 자기 아이라고 하며 아기를 칼로 반씩 잘라 나누어 가지겠다고 하는 여인처럼 너희가 섬기던 이곳 형제자매들을 칼로 자르듯 자르고 떠나겠니?”하고 물으셨다. 말씀을 듣고 형제자매들을 칼로 자르듯 잘라 버리고 갈 수 있나 생각을 했다. 정신이 번쩍 났다. 복음을 전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말씀을 가르쳐도 자라지 않고 또 때로 쉽게 떠나버려 우리를 힘들게 하는 형제자매들이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I국의 I족 형제자매들을 너희가 아무리 좋아해도 거짓말을 하는 여인의 아기처럼 이미 죽은 아기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A국의 I족 형제자매들을 세상 끝날까지 섬기도록 우리를 부르셨다. 선교지를 떠난 지금도 늘 우리 마음속에, 기도 속에 살아있는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다. 특별히 A국 정부의 핍박으로 갖고 있던 성경도 빼앗기고 예배 모임도 할 수 없는 S지역 형제자매들과 가르치는 자가 없어 믿음이 잘 자라지 못하는 K지역과 B지역의 형제자매들에게는 늘 빚진 자의 마음이다. 로마 교회의 형제자매들을 찾아보기 간절히 원했던 사도 바울과 같은 마음이다. 사랑과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께서 속히 길을 열어주셨으면 한다.

글 선민 & 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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