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by wecrun

70년대의 아프가니스탄의 사진을 보면 일상의 모습이 얼마나 푸르고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카불강은 항상 넘쳐났고 여성들은 동반인 없이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외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1979년 구소련의 침공 후 10년간의 세력 다툼과 독립운동으로 나라는 피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구소련이 물러간 이후에는 군부세력, 부족들 간의 내전, 그리고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고통과 죽음으로 얼룩진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2001년 911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 의해 탈레반 정부가 몰락하고, 세상에 드러난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은 폭격의 흔적, 벌목으로 헐벗은 산, 말라버린 강, 그리고 두려움과 상실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때에 아프가니스탄에 국제사회의 수많은 원조가 들어왔고, 탈레반의 정권 아래서 교육이 단절되었던 여성들에게 다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많은 기독교 사역자들은 교육, 의료, 지역개발 등의 여러 분야를 섬기며 아프가니스탄의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섬김을 통해 뿌려진 복음의 씨앗들은 곳곳에서 열매를 맺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국가 정부의 부정부패와 무능한 행정이 변함없이 계속되었고, 정부의 통치를 벗어난 탈레반의 세력은 확장되었습니다. 결국 미군의 철수가 단행되며,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은 단숨에 무너지고,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우는 탈레반이 권력을 잡게 됩니다. 동시에 시리아지역에서 내몰렸던 IS(Islamic State)가 개입하며 또 다른 권력 다툼의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정부가 들어서며 더 깊은 혼란과 고통이 나라를 덮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탈레반 정부는 경제제재를 받게 되고, 원래도 국제 원조로 지탱하던 아프가니스탄의 경제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로인해 앞으로 더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을 겪게 될 것입니다. 여성들의 교육 기회는 단절되고 조혼과 매매혼 등이 성행하며 여성과 아동인권이 무시되는 사례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슬람원리주의와 전근대적인 부족 관습이 합쳐지며 극단적인 억압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과거 탈레반 정부 시절 기독교인들이 감금과 죽음을 당했던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역시 기독교인뿐 아니라 서방국가의 사람들과 일했던 사람들의 핍박과 감금, 죽음에 대한 많은 증언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의 사태로 인해 한국에도 해외공관과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과 그의 가족들이 ‘특별기여자’라는 신분으로 들어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다른 이슈들에 묻혀 이제는 아프가니스탄의 소식조차 접하기 힘들게 되었고, 이 땅의 일들이 잊혀지고 있는 듯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선교는 창문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처음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수많은 NGO와 기독교 사역자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밟았을 때에 많은 사람들은 선교의 꽃을 피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탈레반 정권이 장악한 지금은 어떨까요? 선교사의 입국이 불투명해졌고 마치 폐쇄된 공항처럼 복음의 문이 닫힌 것 같이 느껴집니다. 과연 복음의 문이 닫힌 걸까요? 선교가 불투명해진 것일까요?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선교사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911 이후이지만, 우리가 그 땅을 밟기 이전부터 그곳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과 믿음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환상으로, 꿈으로, 전파 방송으로, 말씀으로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난 이야기는 이곳에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비록 선교사들이 떠났다고 하여 하나님께서 더 이상 일하시지 않는 것이 아니며 복음 증거가 끝났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지금도 여전히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믿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이전보다 말씀을 전하기가 더 어렵고, 믿음을 지키는 것은 목숨을 건 여정이 되어버린 땅이 되었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더욱 믿음으로 그 땅을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이들을 기억하시고 긍휼히 여겨 주시기를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해서, 공포와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기를, 그리고 언제가 우리도 달려가 그들과 함께 울고 그 상처를 보듬을 시간을 주시도록 말입니다. 느헤미야의 기도, “이제 종이 주의 종들인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주야로 기도하오며 우리 이스라엘 자손이 주께 범죄한 죄들을 자복하오니 주는 귀를 기울이시며 눈을 여시사 종의 기도를 들으시옵소서(느헤미야 1:6)”처럼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무릎 꿇고 이들이 주께 범죄한 죄들을 대신 자복하며 우리의 시간에 회복하여 주시기를, 다시 문을 열어 주시기를 함께 기도할 것을 간청 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을 찾아가 주셔서 위로해 주시기를 바라고 또 기도합니다.


글 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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