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에 GIS(Grace International School)는 태국을 비롯한 근방 동남아 국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의 자녀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이지요. WEC에서는 이곳의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Light house(라이트 하우스)라는 기숙사를 운영하며 오랫동안 학교와 협력하며 사역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기숙사 부모로서 사역을 시작하여 자녀들과 함께 지난 1월부터 십 대 MK(선교사 자녀)들을 돌보며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은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십 대의 아이들이 타국에서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긴 시간을 지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또래와 같이 산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겠지만, 갑자기 먹고 싶은 간식이나 메뉴가 있어도 사내라고 당당히 말할 대상이 없고 맘에 맞지 않는 룸메이트를 만나면 인내의 쓴맛을 봐야 합니다. 사춘기의 내적 외적 갈등으로 말 못 할 고민들을 혼자 안고 있을 때도 많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코로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부모가 태국의 다른 지방에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국경을 넘어야만 부모를 만날 수 있는 MK들은 여러 차례의 자가격리와 코로나 검사를 스스로 거쳐내야 했습니다. 자가 격리가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긴 시간을 혼자 밀폐된 곳에서 미디어 이용의 어마어마한 자유를 누리는 아이들에게 그 시간이 어떤 정서적인 영향을 미칠지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미국학제로 운영되는 GIS는 1년에 5번의 방학이 있습니다. 긴 여름방학을 제외하면 1~2주의 짧은방학입니다. 이전 같으면 1주의 방학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부모님을 만나고 올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가 격리를 해야 하거나 방역으로 언제 국경이 닫힐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긴 방학 때조차 부모님에게 다녀올 수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학기 중 기숙사 생활에서 겪는 긴장과 갈등을 방학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며 풀고 다시 기숙사에 돌아와 학교생활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한데, 코로나로 인해 방학 때조차 집에 갈수 없는 아이들은 생면부지의 남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나마 친한 친구 집에서 지낼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얼마 전엔 코로나가 기숙사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GIS 학생 중에 확진자가 있었는데, 기숙사 학생 중 한 명이 직접 접촉자로 결국은 양성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나머지 기숙사 식구들은 간접 접촉자가 되어 각 방 별로 격리를 시작했습니다. 결국 총 9명의 학생 중에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을 했고, 확진자가 시간차를 두고 발생하여 나머지 사람들도 총 3주간의 격리와 세 차례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치앙마이에 확진자가 폭증하는 시기라 아이들이 입원할 만한 적당한 병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한 건물에서 5명이나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지역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몇 번이나 기숙사를 찾아와 이것저것 조사해갔습니다. 기숙사에 남은 아이들은 각 방에 격리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우울해 보였습니다. 태국 스태프들이 오지 못하는 동안 기숙사를 관리하고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저희도 심신이 지치곤 했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격리를 하는 동안 주변의 많은 선교사들과 GIS 학부모들이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멀리서 저희 기숙사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힘들었지만 정말 날마다 감사할 수밖에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 MK들도 온 세계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있는 거겠지요. 난리 중에 먼 곳에 있어 자녀에게 쉽게 올 수 없는 부모 선교사들의 마음은 어떨지 헤아려 봅니다. 선하고 전능하신 우리 아버지께서 이 모든 상황 중에 있는 부모들과 그 자녀들을 위로해 주시고 친히 도움이 되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다가올 방학에 우리 학생들이 어느 곳에 있든지 따뜻하고 평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신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