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전체 국민의 20퍼센트 정도가 이주자의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사는 지역은 40퍼센트를 넘는 다양한 이주 민족 구성원들이 살고 있습니다. 독일의 최대 이주자 그룹은 터키인들로서 약 4~5백만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이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50만 명 정도는 본국 시민권을 가지고 터키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터키는 이들에게 많은 공을 들이며 이미 삼천 개 이상의 모스크를 지어주었고, 계속해서 이맘(이슬람 지도자)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슬람은 이곳 터키인 공동체의 강한 구심점입니다. 이들은 어쩌면 본국의 터키인들보다 더 강하게 교회나 복음에 부정적이며 관심이 없습니다. 독일에 있는 터키 교회는 약 60여 개 정도가 있으며, 현재는 불가리아, 발칸반도 지역에서 이주해온 터키인들을 중심으로 교회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섬기는 공동체는 터키어를 사용하는 주로 불가리아에서 이주해 온 터키인들 중심의 터키 교회입니다. 그들과 2~3년 정도 함께 생활하면서 교회도 많이 안정되고 교인 수도 늘어나는 등 감사한 일이 많습니다. 현재 두 곳의 독일 교회를 빌려 주 오후와 저녁에 예배와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세 들어 사는 형편이라 정기 모임 외에는 항상 사전에 허락을 얻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매주 주일예배를 드릴 수 있고, 아주 싼 값에 교회를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교회 주일 예배는 주로 2~3시간 정도 소요되며 찬양도 아주 떠들썩합니다. 주거지 한가운데 있는 한 교회에서는 주일 오전에 예배를 드리는데 더운 여름날 예배실의 창문을 열고 뜨겁게 찬양을 하면 독일 교회 관리인이 와서 마이크 볼륨을 내리고 가고 그러면 다시 올리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주일 오전 시간 절대 정숙을 해야 하기에 독일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주의를 몇 차례 듣기도 하여 중간에서 저는 입장이 난처할 때가 많습니다. 이곳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 것과 섬기는 교회의 독창적인 문화를 인정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홀로 이주자 중의 이주자요 나그네 중의 나그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터키에서 11년을 사역하다 처음 이곳에 와서 1년간은 다 큰 아이들과 함께 적응하느라 정말 정신없이 보내었습니다. 가족모두 새로운 언어를 다시 배워야 한다는 현실에 ‘울고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삶과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이곳에서 만난 터키 교회 공동체는 우리에게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우리는 이주자라는, 터키어를 쓴다는,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어려움 없이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섬기는 교인들은 많은 수가 집시(밀렛)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터키어는 우리가 배운 터키어와는 조금 다릅니다. 생활 방식과 세계관도 가늠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한 예로 4명에게 세례를주기 위해서 두 번의 세례교육일정을 잡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섯 번 이상의 세례교육을 해야 했습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오지 않거나 올 수 없는 상황으로 세례를 받고 싶으나 교육을 받지 못하는 그들을 위해 선교사인 제가 몇 번이고 직접 찾아가 교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또 하나의 사람들은 터키 난민입니다. 사실 터키는 난민 국가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망명해 온 사람들입니다. 2016년 터키 군부 쿠데타 실패 후, 터키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거나 감옥에 가는 일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그러한 정치적인 보복을 피해 이곳으로 망명해온 이들 역시 이곳 난민들과 처지가 일반입니다. 아주 힘들고 위험하게 이곳까지 왔고, 난민하우스에 살지만 미래는 불안합니다. 이들은 터키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합니다. 이러한 터키를 향한 애증이 터키를 떠나야만 했던 저에게 닿았나 봅니다. 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공감대가 많이 형성됩니다.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이들을 위로하고 복음을 나눌 기회! 본국에서 교사로 기술자로 공무원으로 아주 번듯하게 살다가 졸지에 난민이 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이야기는 같은 부모 마음인지라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판데믹으로 어려운 시절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는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교회가 없는 곳에서도 교회를 세워가십니다. 앞으로 만날 예비된 터키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나의 선교 여정은 바둑판에 있는 바둑돌과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바둑돌 자체는 무익하지만 적절하게 놓일 때 그 자리에서 제 몫의 임무를 수행하듯이 나 역시 적절한 장소에 있으면 그 돌을 놓으신 하나님의 일들이 진행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를 이곳으로 옮기신 주의 의도를 헤아리며, 인도하심 따라 허락하신 만남을 이어가며, 주님의 나라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는 영광을 누립니다. 같은 이주자의 심정으로 이곳 이주자들의 쓸쓸하고 불안한 마음을 주님의 사랑으로 채워주고 싶습니다.
글 심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