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더반을 중심으로 한 콰줄루나탈 지역에서 지난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쇼핑몰과 저장창고를 상대로 약탈과 방화를 일삼는 폭동이 일어나 많은 시민들이 공포에 떠는 소요사태가 벌어졌다.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국가들 중에서 그나마 괜찮게 산다고 하는 남아공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전 세계에 보도 된 해외 토픽 뉴스에서는 “남아공 전직 대통령인 제이콥 주마가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던 중에 재판정을 모욕하였다는 사유로 구금되면서 그를 따르는 지지자들에 의해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조직적인 시위가 벌어지면서 닥치는 대로 약탈과 방화가 시작되었다”라고 전하였다. 남아공의 도시가 마비되는 끔찍한 소요사태가 발생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하였다. 물론, 일반적인 시위가 있을 것은 미리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폭동은 필자가 이곳에서 18년을 생활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현지인 친구들 역시도 평생에 처음 보는 것이라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아공’이라 말하면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먼저 떠올린다. 백인들의 인종차별정책에 항거하여 수십 년간을 감옥에 수감되었으면서도 비폭력으로 모든 남녀들이 피부의 색깔에 상관없이 평등하다는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진리를 남아공 정치에 뿌리내리게 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아공은 우리나라 면적보다 12배나 크지만 인구는 거의 비슷한 5천9백만 명이다. 공식 언어는 영어와 아프리칸스이고, 줄루를 비롯하여11개 종족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금과 다이아몬드 등등의 광물 자원이풍부하여 광산 개발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된 나라로서, 1994년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풍부한 광물과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건실한 국가 산업 기반들을 갖출 수가 있었다. 그러나 심각한 빈부격차는 남아공의 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요소가 되었다. 특히 가난한 흑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이 심화된 상태에서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경제가 더욱 침체되어 청년실업률이 50%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전직 대통령인 제이콥 주마가 구속 됨으로써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빌미로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을 중심으로 한 폭동과 방화가 조직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많은 상가와 공장들이 파괴된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잘못된 리더십이 얼마나 커다란 해악을 사회에 끼칠 수 있는가를 보게 되었다. 전 대통령 주마는 7명의 부인을 두고 있으며, 그들을 위한 호화주택을 공금으로 지어주었다고 하니 그의 비리가 얼마나 심각할지 쉽게 가늠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80% 이상 되는 흑인들은 대부분 정부 여당인 ANC를 지지하고 있기에 국가 지도자들의 비리와 뇌물수수는 어두운 경제보다도 더욱 심각한 상태이다. 이러한 혼란한 틈을 타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육ㆍ해상 신(新)실크로드를 구축하여 중국의 경제 영토를 확장하려는 정책)은 남아공 경제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중동 오일달러를 소지한 무슬림들이 대거 전입되어 모스크를 짓고 있다. 반면 선교사들은 비자 연장을 거절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아공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관문 통로로서 중요한 나라이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남부 아프리카에서 정치 경제는 물론 국방력으로도 맏형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이다. 주변의 가난한 나라들은 남아공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만약에 남아공이 이나마 건재하지 못하였다면 짐바브웨를 비롯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었을 것이다.
지난달 필자는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에서 두 명의 권총강도를 만나 한동안 힘들었다. 그리고 이번 7월 12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을에 있는 쇼핑몰의 모든 물건들을 약탈해 가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떼거지로 몰려가 카트에 싣고, 이고 지고 가는 장면을 집 창가에서 내려다보고 있자니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도둑으로 보이는 현실 앞에서 앞으로 이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고 돌보며 섬겨야 할지 마음이 참으로 어려웠다.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치며, 번뜩 한국에 왔던 초기 선교사들이 떠올랐다. 곰방대 쥐고 주색잡기는 기본이요, 유교와 불교, 우상숭배가 몸에 배어버린 가난한 나라를 바라보며 기도인지 긴 한숨인지 구분할 수 없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그 기도가 생각이 났다. 복음이필요한 황무한 곳이기에 주님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신 것이 아니겠는가? 배가 너무 고파서 피부의 면역체계가 무너져서 헌데를 앓았던 어린 시절에 나는 무엇을 간절히 바랐던가를 되돌아보았다.
오늘날 내가 있음은 나의 공로가 아니라, 주님의 전적인 은혜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 순교 당하면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싶었던 그들처럼 나도 어떻게 하면 이 땅에서 그렇게 살수 있을까 고민하며 기도한다. 남아공이 아프리카 대륙의 복음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이 땅에서 사역하고 있는 수백 명의 선교사들과 현지 교회 목회자들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도록 기도드리며, 넬슨 만델라 같은 꿈과 비전이 있는 신실한 리더가 다시 한번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변동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