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조은과 일상이 ‘선교사’라 불리는 첫 해였습니다. 대학생 때 학생 수련회를 통해 받은 비전이 20년이 지나 정말 실현이 되었습니다. 저희 가정은 뉴질랜드 MTC(선교사 훈련대학)로 출발하기에 앞서 우리의 선교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캐치프레이즈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 것은 “선교! 더 좋은 일상으로의 초대”였습니다. 선교사의 삶이란 ‘타문화권’에 산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리스도인의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조은’, 남편은 ‘일상’으로 선교명을 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시대를 앞서가는 이름이었습니다. 코로나 시대가 오고 ‘일상’의 소중함을 사람들이 주목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런데 훈련의 과정으로 이곳에 온 저희는 뜻밖에 정말 ‘좋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극히 적어 마스크도 쓰지 않고 학교에 가고, 마트에 가고, 병원에도 갑니다. 그렇다면 MTC에서 ‘조은과 일상’의 ‘좋은 일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한국에서 11시간 30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면 오클랜드 공항에 내립니다. 그곳에서 자동차로 2시간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에 WEC선교회의 선교사 훈련학교(MTC, Eastwest College)가 있습 니다. 뉴질랜드, 한국, 인도, 파키스탄, 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70여 명의 학생과 교직 원이 이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합니다.
저희는 오전에 주로 강의를 듣습니다. 과목은 구약학, 신약학, 언어학, 세계의 종교 등이 있습니다. 오후에는 기도 모임, 노동(practical work), 과제 등을 하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일상이 하는 노동 은 주로 캠퍼스 수리이고, 조은이 하는 노동은 목요일 저녁 식사 준비입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은 한국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동기 선교사와 짝을 이루어 70인분의 저녁을 준비합니다. 뉴질랜드에 와서 한국음식 솜씨가 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모든 학생은 일주일에 한 번 저녁에 미니스트리(사역)에 참여합니다. 미니스트리 시간에는 학교 선생님들이 리더가 되고 저희는 헬퍼가 되어서 믿지 않는 청년들과 함께 어울려 놀면서 복음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저희 아이들(온유, 겸손)은 아침 9시에 등교해서 3시경에 하교합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선교사 훈련학교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에 한국 아이들과 한국말로 놀고 하교 후에도 한국말로 놉니다. 그래서 한국 학교에 돌아가도 한국말에 다시 적응하는 것은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이곳 생활의 한 가지 즐거움은 한국 사람들과 나눠 먹는 ‘비일상적인 한국음식’입니다. 음식을 나눠 먹으며 오늘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영어로 말씀하신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서로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 6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6명이 이해한 것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거기에 “4복음서의 내용이 조금씩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라는 일상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습니다.
MTC에서의 훈련 기간 동안 감사한 것 중에 하나는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풍경이 일상이라는 것입니다. 집 앞 문만 열고 나서면 초록이 가득한 넓은 들이 펼쳐집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창밖으로 보이는 넓은 들판을 눈에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영어 좀 못하면 어때, 언제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사역 걱정 없이 2년의 시간을 가져 보겠어”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어디에 있든지 일상의 삶이 우리 신앙의 현주소임을 새기며 오늘도 우리에게 주신 좋은 일상을 살아갑니다.
글 조은,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