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El Camino de Santiago)은 트레킹을 좋아하는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길이기도 한 곳입니다. 한국에서는 얼마 전 이곳이 방송을 타며 더 유명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다녀갔고 또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합니다. 산티아고는 성 야고보(세베대의 아들로 요한과 형제)의 스페인식 이름입니다. 9세기에 한 수도사가 별빛의 인도로 성 야고보의 유골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하여 콤포스텔라(별들의 들판)라는 이름과 산티아고를 붙여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도시 이름이 탄생합니다. 산티아고 성당에 야고보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고 가톨릭에서 성지로 지정하면서 많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 성당으로 죄 사함이나 혹은 다른 여러 목적으로 이곳을 찾아온다고 합니다.
WEC 스페인 갈리시아지역 ‘Walking El Camino’(엘카미노 순례팀)을 방문하여 이틀을 팀원들과 함께 저도 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콤포스텔라 성당을 향하여 출발하는 모든 곳들이 사실 순례길이라 하겠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온 M 선교사와 프랑스에서 온 E 선교사, 그리고 저는 산티아고에서 피니스테라의 길, 약 43km를 걷기로 했습니다. E 선교사는 이곳에서 뉴에이지나 포스트모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고, 아침 9시가 다 되어서 해가 뜨는 계절이라서 그런지 순례자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순례를 마치고 산티아고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4시간을 걸어 도착한 한 카페의 직원은 E 선교사를 알아보았습니다. 지난 6월에 잠시 들렀었던 것까지 기억을 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반갑다며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와우! 자주 이 길을 걸으며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다 보면 이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도 금세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잘 모르는 스페인어로 떠듬떠듬 음식을 주문하는데 직원의 환한 미소에 긴장된 마음이 녹아내렸습니다. 저의 노력에 감동한 듯 환하고 따뜻한 미소를 짓는 직원을 보니 격려가 되었습니다.
18km를 다시 걸어서 도착한 알베르게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깨끗하고 빈대 걱정이 없겠다 싶어서 일단 짐을 풀고 보니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숙소에 들어온 것 같다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제게 여권이나 여행자 보험을 들었는지 문서를 보여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이미 늦었으니 우리 세 사람은 일단 침대에 누웠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말투는 우리가 뭘 잘못해서 화가 났나 오해할 만큼 억세게 들렸는데, 동행한 선교사들이 그 아주머니가 너무 친절하다고 해서 다시 놀랐습니다.
낮에 잠시 머문 카페 직원이 소개해준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젊은 여직원이 너무도 밝은 얼굴로 따뜻하고 친절하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큰 도시에서나 산티아고에서 이런 환대와 친절을 받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친절한 그와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트레킹의 피곤함도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M 선교사는 자기 이웃들과 대화를 트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경험한 친절함은 무엇보다도 값진 추억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친구 되전하고자 그들의 친구가 되기로 작정한 선교사들과 함께한 여정 속에서 진실하신 친구, 그분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wec
글 김재연